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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행] 윤태성 교수 – [NTB 전문가칼럼] 기술자는 왜 기술사업화에 실패할까?

By pgh0128
2019년 8월 21일 | 조회수 : 81

기술사업화. 참 알기 쉬운 표현입니다. '여기 있는 기술을 활용해서 사업을 일으키겠다.' 이런 의도가 명확하게 나타납니다. 기술사업화라는 표현을 기술자가 보면 갑자기 호흡이 가빠지고 혈압이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내가 가진 기술로 사업을 하면 금방이라도 큰돈을 벌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이 기술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도 드니까요.

대학에서도 관련 수업을 하고 정부 기관 단체에서도 기술로 성공한 창업가를 초청해서 강연하는 걸 보면 기술사업화라는 단어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 수 있습니다. 모든 기술자의 버킷리스트에는 기술사업화가 빠지지 않고 들어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하지만, 세상만사 내 뜻대로만 되지는 않습니다. 기술사업화를 꿈꾸고 있는 수많은 기술자가 있지만 실제로 기술사업화에 성공한 경우는 손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여러분 주변에 기술사업화를 말하고 꿈꾸는 기술자 많죠? 그중에서 실제로 기술사업화에 성공한 경우를 보신 적 있으세요? 거의 없죠? 성공한 경우라고 해도 언론에 소개된 국내외 사례가 약간 있을 뿐입니다. 내가 잘 아는 기술자 중에는 기술사업화에 성공한 경우보다 실패한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기술도 좋고 전망도 밝다고 생각했는데 왜 기술사업화에 실패했을까? 만약 여러분도 기술사업화에 실패한 친구가 있다면 그 이유를 어느 정도 눈치 채셨을 겁니다.

세상에는 기술사업화에 성공한 사례도 많습니다. 그리고 왜 성공했는지 분석한 연구보고서도 많습니다. 그런데 실패사례에 대해서는 왜 실패했는지 연구한 보고서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듣고 본 내용을 토대로 세 가지 요인으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아래에 간단하게 정리를 했는데 각각에 대해서 이론적인 근거가 있다거나 통계가 있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일종의 경험칙이니까요.

첫째. 사업이 아니라 기술만 본다.

기술이 있어서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사업기회가 있어서 기술을 이용한다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기술사업화에서는 기술에 방점이 찍히기 쉽습니다. 좋은 기술이 있으면 좋은 사업이 되고 최고 기술이 있으면 최고 회사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서 나만 알고 있는 기술이 있으면 독점사업이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기술에만 초점을 맞추면 사업으로 연결하기 어렵고 사업으로 연결한다 하더라도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처음에는 기술에 초점을 두어도 좋지만 막상 사업을 시작하고 나면 사업에 초점을 두어야겠지요. 기술자가 창업한 기업에 벤처캐피털이 투자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들은 반드시 전문경영인이 기업을 경영하라고 합니다. 이제부터는 사업으로서 승부해야 하니까요.

둘째, 고객이 아니라 기술자 중심이다.

기술사업화를 꿈꾸는 기술자라면 좋은 기술이 있음에 틀림이 없을 겁니다. 자존심도 세고 실적도 화려하겠죠. 특허도 여럿 등록했을 거고 주위에서도 실력 있는 기술자라고 인정할 겁니다. 그런데 바로 이점이 실패의 원인입니다. 기술자가 자신의 기술에 함몰되어 고객을 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고객은 기술을 모르기 때문에 기술자가 하나씩 알려주면서 이끌고 가야 하는데 고객에게 설명하는 작업을 극도로 혐오하는 기술자도 많습니다. 고객이 수준 이하라서 대화하기도 싫다면서. 기업이 기술자 중심으로 돌아가면 아무리 큰 기업이라도 위태로워집니다. 고객이 떠나니까요.

셋째. 상품개발이 아니라 기술개발 중심이다.

완벽한 기술이라는 게 있기는 할까요? 기술자도 이성적으로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막상 자신이 주인공이 되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완벽한 기술을 추구하려고 합니다. 물론 이런 자세는 아주 좋습니다. 끊임없이 궁리해서 한 발 더 완벽한 기술을 향해 다가가는 자세야말로 우리가 생각하는 장인의 자세니까요. 하지만 사업이라면 좀 생각해 봐야 합니다. 트레이드 오프라고 하죠. 모든 조건을 다 만족할 수 없을 때에는 하나를 버리고 하나를 취하라고. 기술개발도 마찬가지입니다. 완벽한 기술이 있어야만 상품을 출시한다면 아마도 영영 상품출시는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상품 출시하기 전에 기업이 망했을 테니까요.

기술사업화를 말할 때 참고로 할 만한 기업이 있습니다. 일본의 콘고구미라는 기업인데요, 서기 578년에 창업했으니 벌써 1,400년 이상 지났습니다. 백제인 목공 기술자인 유중광이 일본으로 건너가서 만든 기업인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이라고 합니다. 삼국시대에 기술사업화에 착수해서 지금까지 살아있는 기업이라면 경영학에서 말하는 무슨 전략이나 무슨 차별화라는 잣대만으로는 성공한 원인을 분석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기술사업화에 성공하고 이렇게 오랫동안 살아남은 비결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39대 후계자가 책을 썼습니다. 그 책 내용 중에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콘고구미가 지은 사찰과 건축들. 고베 지진에도 끄덕 없을 정도의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독서와 주산에 힘쓰라.”

22대 후계자가 후손들에게 선조들의 가르침을 전하면서 한마디로 요약한 문구입니다. 짧은 문구 속에 오래된 지혜가 숨어있음을 알 수 있죠. 독서는 말하자면 기술입니다. 콘고구미의 목공은 사찰을 짓거나 보수하는 사람입니다.

사찰 재료는 모두 통나무라서 못을 사용하지 못하고 끼워 맞춤을 해야 합니다. 설계도면은 있지만 통나무가 뒤틀리거나 수축하면 설계도면에 있는 대로 작업하기 어렵겠죠. 현장에서 오랫동안 체험해서 터득한 지혜가 없으면 전혀 손을 쓸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목공은 끼워 맞춤 기술도 공부하고 나무 재료도 공부하고 보존 방법도 공부해야 합니다. 공부할 내용이 너무 많지만 공부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사찰을 새로 짓고 나면 지금부터 삼백 년이 지나서 보수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때 후손 기술자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는 자존심이 문제입니다. 삼백 년이 지나도 감탄할 정도의 기술을 보여주려니 항상 공부하게 된답니다. 기술연마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말이죠.

주산에 힘쓰라는 말은 경영을 제대로 하라는 의미입니다.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경영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이익을 내지 못하면 기업이 망한다는 교훈입니다. 기술자가 창업을 하면 외부에서 경영자를 모셔오는 경우가 많은데요. 왜냐하면 기술자가 주산을 전혀 모르기 때문입니다. 창업한 직후에는 기업 규모가 작기 때문에 기술자가 경영자 몫까지 함께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경영자 역시 실전을 통해서 양성되기 때문에 제대로 경영할 수 있는 경영자가 되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기술자와 경영자는 필요한 능력도 다르죠. 만약 최신 기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개발자와 충분한 지혜를 가진 경영자가 함께할 수 있다면 기술도 발전하고 주산도 제대로 튕길 수 있을 텐데요.

독서와 주산은 10배 원칙하고도 상관이 있습니다. 10배 원칙이란 한 단계 커질수록 필요한 자원은 10배가 된다는 원칙입니다. 만약 실험실에서 실험한 결과가 너무 좋아서 파이롯트 테스트를 한다면 예산도 10배, 시간도 10배가 든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파이롯트 테스트 결과가 너무 좋아서 시험 생산을 한다면 역시 자원이 10배 더 많이 들겠죠. 공장에서 양산하는 수준까지 간다면 실험실과 비교해서 천 배, 만 배 이상의 자원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기술자가 기술사업화를 구상하는 시점은 실험실 수준이 많습니다. 진도가 더 많이 나갔다고 해도 파이롯트 테스트 정도입니다. 본격적으로 사업하려면 자원이 만 배 더 필요하다는 현실 인식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성공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실패에는 비교적 공통의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자가 기술사업화에 실패하는 원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업이 아니라 기술만 보거나, 고객이 아니라 기술자 중심이거나, 상품개발이 아니라 기술개발 중심이라면 기술사업화에 실패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입니다. 원인을 알면 극복하기 쉽죠. 만약 당신이 기술자라면, 기술사업화를 생각하고 있다면, 실행에 앞서 반드시 실패의 원인을 미리 챙겨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기술사업화에 성공해서 세상을 좋게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출처 바로가기 : https://m.blog.naver.com/ntbmanager/221582926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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