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윤태성 교수 –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기업
2015.10.20
By.관리자
[글로벌포커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업
기업이 생존하려면 매출도 일으켜야 하고 이익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기업이 하는 사업으로 인해 이 세상이 좋아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여기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구분이 있을 리 없다. 중소기업이라도 세상을 좋게 하는 사업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일본 폴리글루라는 기업이 있다. 사원은 30명을 조금 넘으며 매출은 100억원 정도다. 주요 제품은 필터형 정수기인데 세계 40개국에 수출한다. 방글라데시나 소말리아 같은 극빈국에는 정화수 시설을 무료로 설치해주고 정화제를 유료로 판매한다. 정화제 분말을 물에 넣고 젓기만 하면 불순물을 분리할 수 있는데 이를 제거하면 물을 그대로 마실 수 있다.
폴리글루탐산이라는 물질을 이용한 정화제 100g으로 1t의 물을 정화할 수 있다. 10만원으로 200t의 정화수를 만들 수 있는데 이는 주민 2500명이 한 달 반 동안 마실 수 있는 양이다.
현지에서는 폴리글루 보이라는 정화수 배달원 제도를 운영한다. 현재 7000가구와 계약하고 정수를 배달하고 있으며, 각 가구는 마트에서 판매하는 물의 100분의 1 가격으로 정수를 마실 수 있다. 정수 서비스를 통해 극빈국 주민이 안심하고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게 하면서 동시에 지역에 고용을 창출한 것이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에는 정수시설을 7군데 설치했으며 이곳에 물을 받으러 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주변에 상가가 형성됐다. 정수시설에서 물을 대량으로 구입해 이동판매하는 기업도 생겼다. 가격은 20ℓ에 60원인데 이 정도 양으로 한 가정에서 한 달 동안 사용한다.
빵 아키모토는 인구 10만명의 작은 도시에서 60여 년 동안 운영되고 있는 제빵 기업이다. 사원 60명에 매출은 50억원 정도다. 1995년 한신 아와지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이 기업에서는 빵 2000개를 기부했다. 그러나 재해 지역까지 운반하고 피해자들에게 배포하는 과정에 시간이 걸리면서 절반 이상을 폐기하게 됐다.
이런 사실을 안타깝게 여긴 경영자는 빵을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 결과 빵을 3년 이상 신선한 상태로 보존할 수 있는 통조림을 개발했다. 25가지 맛을 내는 빵을 통조림에 넣고 보존해 재난 시에 연속으로 빵을 먹어도 질리지 않게 했다. 이 통조림은 현재 많은 기업과 학교에서 재난 방지용으로 구입한다. 통조림 2개에 8000원 정도 하는데 현재 300개 단체 이상이 정기적으로 구입해 비축하고 있다.
단체에서 구입한 후 2년이 경과하면 제품을 전량 회수한다. 그 대신 새로운 제품을 약간 할인한 가격으로 교환해준다. 회수한 통조림은 전량 재해 지역이나 극빈 지역으로 간다.
비정부기구(NGO)와 협력해 수마트라섬 지진, 아이티 지진, 동일본 지진, 짐바브웨 아사 지역 등 전 세계로 지금까지 30만개 이상 기부했다.
디지털그리드는 2013년 도쿄대 기술을 바탕으로 창업한 벤처기업이다. 사원은 30명 정도인데 주요 제품은 충전기다. 전 세계에서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은 지역은 주로 아프리카에 위치한다.
이 기업은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전기가 들어오지 않은 지역에서 소매로 전기를 판매한다. 지역의 작은 상점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전기를 만든다. 설비대금은 전액 기업이 부담한다.
지역 주민은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만 전기를 구입한다. 라디오를 가지고 가서 100원어치만 충전하는 식이다. 전기를 판매한 매출의 20%는 상점 몫이다. 전기가 없는 지역에서 마치 소모품과 같이 전기를 판매하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다.
중소기업도 얼마든지 사업을 통해 세상을 좋게 할 수 있다. 아니, 세상을 좋게 해야만 한다.
[윤태성 카이스트 기술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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