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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윤태성 교수 – `복주머니` 기다리는 日 새해풍경

2016.01.06

By.관리자

일본의 판매점은 대부분 1월 2일에 새해 첫 영업을 시작하는데 이날은 거의 모든 백화점이나 쇼핑센터에 고객이 넘쳐난다. 첫 영업일에 쇼핑하는 고객들이 가장 먼저 구입하는 것은 후쿠부쿠로라고 불리는 복주머니다. 복주머니는 안을 들여다볼 수 없게 밀폐한 주머니 속에 옷과 같은 상품을 여러 가지 섞어서 넣은 것이다. 거의 모든 판매점에서 복주머니를 준비하는데 인기 있는 곳이라면 고객들이 며칠 전부터 노숙하면서 기다리기도 한다. 물론 복주머니 속에 어떤 제품이 들어 있을지 전혀 모르면서다.

복주머니는 에도시대인 1700년대에 기모노점인 에치고야나 다이마루에서 옷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천을 가방 속에 담아서 판 것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 당시에는 각 가정에서 직접 옷을 만들어 입었기 때문에 자투리 천을 싸게 살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

복주머니가 현대와 같은 형식으로 자리 잡은 것은 19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다. 고객들은 어느 주머니에 어떤 제품이 들어 있을지 모르고 구입하기 때문에 마치 복불복과 같은 스릴도 있다.

2004년 애플 스토어 긴자 매장에서도 복주머니를 판매했는데 그 반응이 너무 좋아서 이 상법은 미국에도 도입됐다. 미국에서 애플 매장을 개업할 때 럭키백이라는 이름으로 복주머니를 판매하기도 한다.

복주머니는 일본의 새해 풍경에서 빠질 수 없는 문화다. 단순히 제품 가격을 할인해서 짧은 기간에 대량으로 판매하는 것 이상으로 커다란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 기업과 고객에게 호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준다. 새해 들어 첫 영업일부터 판매점에는 많은 고객이 찾아와서 길게 줄을 서고 고객마다 복주머니를 몇 개씩 구입한다. 혹은 고객들이 뒤엉켜서 마치 쟁탈전을 벌이듯이 복주머니를 구입한다. 이런 풍경을 보면 고객이나 기업이나 올해는 경기가 좋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 새해 첫 영업일을 커다란 기대감과 만족감으로 보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만하다.

둘, 기업은 홍보 기회로 삼는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해 해외에서도 복주머니를 판매하기 때문에 기업은 큰 매출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매출보다 홍보를 중시하는 기업도 있다. 실제로는 판매하기 어려운 복주머니를 판매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천만 엔 하는 아파트 복주머니도 판매하고, 1억엔 이상 하는 보석 복주머니도 판매한다. 2015년에는 10억엔 하는 복주머니도 등장했는데 이 안에는 임대 빌딩이 들어 있었다. 최근에는 주머니 속에 담기 어려운 가구, 승용차, 여행, 맞선, 교육 프로그램까지 들어 있다. 이런 복주머니는 비싼 가격과 희소성으로 인해 언론에 소개되기도 하므로 기업으로서는 좋은 홍보가 된다.

셋, 고객은 가치보다 행운을 중시한다. 아무리 이성적인 고객이라도 복주머니에 대해서는 가치관이 쉽게 무너진다. 복주머니 안에 들어 있는 여러 가지 제품의 가격을 모두 합한 것에 비해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기 때문이다. 총가격 대비 할인율로 환산하면 대개 50%에서 90% 할인에 해당한다. 복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제품 중에는 고객에게 필요없거나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제품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쉽게 구입한다. 그리고 고객들은 복주머니를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한 것처럼 올해도 행운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고객 심리를 이용해 기업은 재고를 쉽게 처분할 수 있다. 다양한 제품을 섞어서 판매하기 때문에 평소에 잘 팔리지 않거나 재고로 남아 있는 제품을 섞어 넣어도 판매 후에 고객의 불만이 거의 없다. 고객 마음에 썩 들지 않는다고 해도 환불하거나 교환하지 못하며 그저 복주머니란 이런 것이라고 생각하고 만다.

[윤태성 카이스트 기술경영학과 교수]

출처 : http://news.mk.co.kr/column/view.php?sc=30500114&cm=%B1%DB%B7%CE%B9%FA%C6%F7%C4%BF%BD%BA&year=2016&no=6847&relatedcode=&wonNo=&s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