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윤태성 교수 – 생존을 위해 외부의 피를 섞는 日기업
2016.04.04
By.관리자
일본에는 백 년 이상 생존하고 있는 기업이 2만2000개 이상 있다. 오랫동안 생존한 기업에는 지혜가 있기 마련이다. 눈앞의 이익보다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것을 더 중시하거나 사원을 재산이라고 생각하고 오랫동안 교육 훈련을 거듭해 육성하는 것도 지혜다.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혁신을 추구하거나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함부로 사업 영역을 넓히지 않는 것도 지혜다.
지혜 중에는 경영자에 관한 것도 있다. 만약 한 사람의 경영자가 30년 동안 경영한다면 백 년 이상 생존한 기업의 경영자는 4대째에 해당한다. 작은 기업이라면 대부분 장자가 경영을 계승한다. 그런데 3대가 연속해서 장자 계승을 하고 나면 4대째에는 피를 섞으라고 한다. 경영자를 바꾸면서 외부의 피를 섞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첫째, 외부에서 데릴사위를 데리고 와서 경영을 계승한다. 예를 들어 1918년 창업한 마쓰이증권은 120명 정도의 사원으로 네 곳의 지점을 운영하던 소형 증권사였다. 그러나 데릴사위인 마쓰이 미치오가 1995년 4대 경영자가 되면서 지점을 모두 폐쇄하고 일본에서 가장 먼저 인터넷 전용 증권사로 탈바꿈했다. 그 결과 일본을 대표하는 인터넷 증권사로서 한때 개인주식 위탁매매 점유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특히 신용거래에서 노무라증권을 제치고 1위가 되기도 했다.
둘째, 국내 이(異)업종에서 경영자를 영입해 경영을 계승한다. 교육 출판사업 대기업인 베네세는 2014년 하라다 에이코를 경영자로 맞이했다. 하라다는 애플 일본지사장이었으나 2004년 일본 맥도널드의 2대 경영자로 이적했다. 그는 10년간 일본 맥도널드의 경영자로 재직했는데 그동안 8년 연속 매출 증가와 영업이익 10배 증가라는 실적을 남겼다. 베네세는 2000년을 정점으로 수강생이 계속 감소해 최근에는 정점의 60%인 247만명으로 줄어들었다. 이 위기를 타개하고 경영을 재건하기 위해서는 해외 사업을 늘려야 하는데 이를 하라다에게 위탁한 것이다.
편의점 로손은 2011년 다마쓰카 겐이치를 경영자로 맞이했다. 그는 유니클로 등을 슬하에 거느린 패스트 리테일링 경영자와 롯데리아 경영자를 역임한 경력이 있다. 로손은 편의점 오너들과 본사의 조직력을 강화하기 위해 게이오대 럭비선수였던 다마쓰카의 능력을 기대하고 경영을 위탁한 것이다.
이외에도 기업이 위기에 빠졌을 때 이업종에서 피를 섞는 경우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막론하고 많이 있다. 일본항공의 경영 위기를 타파한 이나모리 가즈오는 교세라의 창업자 겸 경영자였다. 그는 회사갱생법을 적용받고 존폐 위기에 빠진 일본항공의 경영을 계승했다. 그리고 2년 만에 영업이익 2000억엔을 달성해 V자 회복을 이루었다.
1893년 설립된 모리시타 진탄은 1905년 은단을 개발했으나 매출은 1980년 39억엔을 정점으로 점점 감소했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이 기업은 2006년 고마무라 준이치를 경영자로 맞이했다. 그는 미쓰비시상사에서 이탈리아 지역을 중심으로 화학제품을 다루던 상사맨이었다. 이 기업은 은단이 아니라 은단을 제조하는 기술을 판매하는 방향으로 전환해 매출을 100억엔 이상으로 크게 늘렸다.
셋째, 외국인 경영자를 영입해 경영을 계승한다. 여전히 폐쇄적인 기업이 많아서 아직은 사례가 많지 않으나 점점 늘어나 있는 추세다. 1999년 닛산자동차가 파산 위기에 몰렸을 때 경영을 계승한 것은 카를로스 곤이었다. 그는 닛산의 성지와 같은 무라야마공장 폐쇄를 포함한 개혁을 감행해 닛산을 위기에서 구했다. 소프트뱅크는 2015년 손정의 회장 뒤를 이을 경영자로 인도인 니케시 아로라를 지명했다.
매일경제 16-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