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윤태성 교수 – 나를 사랑한 기업
2016.04.12
By.관리자
기업은 명분을 중시해야 한다. 여기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대기업 중에는 사업보국(事業報國)을 명분으로 내세우는 곳도 있다. 사업을 통해서 국가에 공헌하겠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사업하는 중소기업이라면 국가와 인류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지역에 공헌하겠다는 명분은 세워야 한다. 그리고 명분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매일매일 지속해야 한다. 지속하면 습관이 되고 체질이 되고 문화가 된다. 이 과정을 통해 기업은 오랫동안 생존해야 하는 당위성이 생긴다.
1975년 창업한 오사토는 인구 5만명의 작은 도시에 있는 부동산 기업이다. 사원 50명에 매출 4억5000만엔의 중소기업이다. 사업은 토지 관리와 임대주택 중개 등 부동산 기업이라면 어디서나 하고 있는 내용이다. 경쟁 기업과 다른 점이 있다면 1년 동안 실행하는 지역 활동이 280건을 넘으며 사원은 업무시간의 절반을 지역 활동에 사용한다는 점이다. 휴무일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지역 활동을 하는 셈이다. 억지로는 할 수 없는 분량이다.
지역 활동의 중심은 청소다. 지역 구석구석을 청소하다 보면 지역에 숨어 있는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는 곳에는 반드시 문제가 있는데 이는 언젠가 커다란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 만약 청소를 통해서 문제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면 해결 방법도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다.
지역 활동에는 강습회도 있다. 강사는 지역의 고령자다. 주민 중에는 기술과 경험을 가진 고령자도 있는데 이들을 지역의 지식재산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지역의 고령자는 강사가 되어 주민들에게 자신의 지식을 전승한다. 지역 활동을 통하여 기업은 지역 공동체의 중심이 되고 지역 활성화의 중요한 축이 된다. 이 기업이 40년간 흑자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하나의 작은 결과에 불과하다.
1978년 창업한 피터팬은 인구 62만명의 도시에 있는 중소 제빵기업이다. 갓 구운 빵을 30분 이내에 판매하기 때문에 맛에 대한 고객의 평가는 높다. 어린이를 미래 고객이라고 생각하고 성의를 다한다. 어린이가 좋아하는 제품은 진열대 높이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는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그러나 이 정도의 활동이라면 어느 기업에서나 하는 수준이다. 겉으로 드러난 것 외에 기업경영의 엄청난 비밀이나 노하우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도 이 기업의 점포당 연간 매출액은 3억엔에 이른다. 일본 전국의 제과제빵기업의 평균 매출액은 3000만엔을 밑돈다. 이 기업에서 전국 평균의 10배 매출을 올리는 비결은 간단하다. 주민을 사랑하고 지역에 공헌하는 것이다.
주민이 즐거우라고 1년에 60회 이상 이벤트를 실행한다. 매장은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모일 수 있도록 꾸몄다. 주민들은 빵을 사러 왔다가 테라스에서 휴식을 취한다. 자연스럽게 다른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면 모르던 주민들이 서로 알게 된다. 매장은 지역의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하는 중요한 장소가 되었다. 기업이 지역에 공헌하면 주민들이 좋아한다. 이 과정은 자연스럽게 사원교육으로 이어진다. 좋은 제품을 개발하는 것보다 지역에 좋은 것을 먼저 생각하라는 교육이다.
1807년 창업한 야시사와는 간장과 된장을 제조하는 중소기업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공장설비가 모두 쓰나미에 휩쓸려 갔다. 마을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파괴적인 상황에서도 이 기업은 모든 사원의 고용을 유지하고 급여를 지급하였다. 나아가 다른 기업들과 협력하여 피해 지역을 재건하고 고용을 창조하기 위한 사업을 실행하고 있다. 기업은 주민을 위해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실현한 것이다. 소설가 김동인은 "사랑은 강함을 낳고 강함은 모든 아름다움을 낳는다"고 하였다. 주민을 사랑하는 기업은 강하고 아름답다. 오랫동안 살아남는 것이 당연하다.
매일경제 16-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