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경제] 이민화 교수 – “더 벤처스 사태, 제 2의 벤처 겨울 도래할 수 있어”
2016.04.16
By.관리자
<더 벤처스 사태에 대한 소견>
더 벤처스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 차원이 아니라 국가 발전의 변곡점이라는 안타까운 마음에서 장문의 글을 올립니다. 참고 바랍니다.
1.
더 벤처스의 호창성 대표의 구속으로 인한 여파가 쓰나미와 같이 벤처 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마치 2000년 세계 최고의 대한민국 벤처 생태계를 무너트린 4대 벤처게이트의 악몽을 떠오르게 한다. 현 시점에서 이 문제에 대한 국가적 컨센서스의 도출이 시급한 이유일 것이다.
호창성 대표는 viki의 창업 대성공으로 세계적인 벤처 성공 신화를 만들고 2억불 넘는 가치를 인정받아 일본 라쿠텐에 성공적으로 매각한 바 있다. 호 대표가 이에 머물지 않고 한국의 벤처 생태계의 확산을 위해서 더 벤처스를 설립하고 자신의 경험을 접목시켜 또다른 벤처 성공신화를 이룩할 스타트업 육성에 나선 역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2.
한국의 창조경제는 창업 활성화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업활성화는 스타트업의 성공이후 재창업 혹은 창업지원에 나서는 연속기업가(Serial Entrepreneur)의 확산에 달려 있다. 3년 전, 창조경제로 시작한 대한민국의 성공은 호 대표와 같이 뜻있는 다수의 벤처 기업인들이 벤처 창업 성공으로부터 획득한 자금으로 후배들을 양성하는 엑셀러레이터 사업에 적극 뛰어드는 것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을 지원하는 제도가 팁스(Tips)라는 중소기업청이 만든 지원 체계다. 팁스는 이스라엘의 성공적인 벤처보육제도를 벤치마킹하여 야심적으로 중소기업청(이하 중기청)에서 기획한 획기적인 정책이다. 기존의 창업보육정책과 본질적으로 다른 점은 팁스 제도에서는 이스라엘과 같이 창업보육기관에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스타트업 자금 공급의 의사결정권을 정부가 아니라 민간에 이양한 발상의 전환이 있었기 때문이다.
3.
TIPS 프로그램은 투자자가 창업팀에 투자를 하면, 정부는 창업팀에 최대 9억원까지 연구개발 등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투자자는 40% 이하에서 투자 금액의 두배 가량의 지분을 확보를 할 수 있고, 창업팀과 투자규모, 지분율, 보육 등의 지원내용 등을 협의하여 투자계약을 체결하도록 돼 있다. 정부의 지원금 덕분에 창업가는 통상적으로 초기단계에서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의 2~5배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자금난에 의한 초기기업의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게 한다. 투자자에게는 40% 내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지분 취득을 허락함으로써 초기 투자자들을 동기부여 했다.
초기 투자자는 투자 금액 대비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할 수는 있지만 창업 팀이 성공을 이루지 못하면 확보한 지분의 가치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에, 자연히 금전적 투자 이상의 무형 투자를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창업 선순환 생태계 조성을 위하여 초기 투자자에게 창업 팀을 성공시키라는 미션을 주고 창업 팀이 성공했을 때 성공 보수를 예약할 수 있도록 한 셈이다.
창업 팀에는 사업자금을, 초기투자가에게는 성공 보수를 제공함으로써 정부, 창업팀, 초기투자자 3자의 win-win-win 구조를 만들어냈다. 창업 팀은 투자금, 정부지원금과 더불어 성공한 창업가들의 멘토링까지 받게 되니 이른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넘길 수 있는 확률을 높일 수 있고, 투자사는 창업 팀의 성공시 더 큰 자금 회수를 할 수 있고, 정부는 스타트업을 통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 및 경제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팁스는 지금까지의 제도중 가장 진보적이고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그만큼 가장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불과 3년 만에 한국의 창업생태계는 양적으로 다시 2000년 수준으로 회복했고 스타트업의 질은 올해를 기점으로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 한국 창조경제의 거의 유일한 성과인 창업 활성화의 주역이 바로 팁스에서 탄생한 500여 개 기업들인 것이다.
4.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트업은 거의 대부분 팁스와 관련있다. 기존의 창업보육센터들이 공공의 규제 하에서 획일적인 운영으로 글로벌 스타트업을 육성해내지 못한 데 비해 팁스는 창업에 성공한 벤처인들이 운영하는 엑셀러레이터를 통하여 멘토링과 네트워킹과 글로벌화에 대한 지원을 통해서 급속히 성장한 것이다.
바로 이러한 제도의 발상이 작금의 검찰 수사의 가치관과의 충돌 부분이라고 보여진다.
현 시점에서, 더 벤처스 문제에 대한 시각은 3가지가 존재하고 있다. 첫 번째 시각은 부조리는 응징되어야 하고 잘못은 벌을 받아야 된다는 시각이다. 이러한 시각은 개별적 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두 번째 시각은 이 사태로 인하여 제 2의 벤처붐이 무너지고 다시 한 번 벤처의 겨울이 올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이다. 이러한 관점에는 개별 행위보다는 벤처 생태계의 전체를 바라보는 입장이다. 세 번째는 객관적 관점에서 아직 사실 파악이 되지 않고 문제가 있으니 검찰이 수사한 것이고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제 3자적 입장이다.
5.
그리스의 비극 안티고네는 개인의 가치와 사회의 가치가 충돌할 때 어떻게 의사결정을 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고, 미국 하버드 대학의 중요한 토론 주제이기도 하다. 우리가 의사결정을 해야 될 때 항상 빛과 그림자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작은 가치와 더 큰 가치 간 충돌의 균형을 잡을 수 있을 때 사회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관점에서 호창성 대표의 문제를 정리해보기로 하자.
6.
호창성 대표의 문제는 사실의 파악과 이에 대한 가치관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 자체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과도한 협상력의 우위와 정부의 추가적인 지원을 미끼로 시가보다 낮게 지분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정부의 지원금을 편취했다는 것이다. 중기청 팁스제도에서는 팁스 운영회사와 스타트업의 지분 취득 시 상호합의 하에 지속적인 멘토링과 네트워킹을 제공한다는 입장에서 투자 금액의 두 배까지 지분취득을 제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바로 운영사에 대한 합리적인 인센티브 제공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첫 번째로 지목되는 시가보다 낮은 지분취득은 1. 벤처의 기업가치 산정의 유연성 2. 팁스 운영상 두 배 지분 취득 허용에 비추어볼 때 객관적 근거가 취약하다는 것이 다수 벤처인들의 시각이다.
두 번째는 팁스 운영은 우수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한다는 차원에서 민간 운영사가 투자하면 추가적인 연구개발비가 연계 지원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이 연구개발비는 운영사가 아니라 스타트업으로 바로 입금되는 구조다. 편취로 오해되는 부분은 운영사가 제공하는 공간 사용료에 대한 부분일 것이라는 것이고 이러한 공간사용료는 통상적인 임대료에 비해서 현격히 낮다고 한다.
결국 이 논란의 핵심은 운영사인 더 벤처스가 과도한 협상력과 정보의 비대칭을 이용하여 스타트업의 이익을 침해했는가 하는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모든 피 투자 스타트업들이 더 벤처스의 지속적인 지원을 희망하고 있고, 스스로 피해자임을 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가치관의 문제일 것이다. 어떤 경우든 잘못된 일체 행위는 벌을 받아야 한다는 개별 행위적 가치관과 이 사태로 인한 벤처 생태계의 붕괴를 우려하는 생태계적 가치관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에 따라 첫 번째 의견 그룹은 누군가가 문제를 제기했을 것이고, 이는 불만에 기인한 것이고 이 부분은 시정돼야 한다는 입장으로 보여 진다.
두 번째 시각은 잘못된 부분의 가치와 이로 인해 야기될 생태계 붕괴의 손실을 감안하여 균형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 번째 시각은 사실 여부 자체에 대해서 법정에서 결론이 나기 전까지는 알 수 없으므로 판단을 유보한다는 것이다. 소위 양비론의 입장은 늘상 신중론으로 포장되어 역사의 변곡점에서 적절한 조치를 못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곤 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기에 처칠 등이 양비론을 비난한 것이다.
7.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검찰의 시각과 중기청의 시각을 비교해보도록 하자.
검찰의 시각은 기소의견과 같이 과도한 협상력의 남용과 혹시 모를 스타트업과의 짜고 치는 투자를 뿌리 뽑겠다는 입장으로 보여진다. 중기청의 입장은 팁스라는 성공적인 제도가 이로 인하여 유명무실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기청의 가장 큰 우려는 더 벤처스의 조사가 모든 팁스 운영사로 확대되는 것이고 실제 자료 조사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결과 모든 팁스 운영사들은 보수적 운영은 물론이고 한국의 벤처 생태계를 위해서 헌신하겠다는 선순환적 사고도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된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더 이상 성공 벤처인들이 후배양성을 위해서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TIPS 제도를 처음 만들때 성공한 창업가들을 초기투자자로 모으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성공한 창업자들은 이미 자기 자본이 있는데, 굳이 골치 아픈 정부돈 운영에 휘말리고 쉽지 않아 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당시 중기청의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진심 어린 노력에 창업가들이 하나 둘 설득됐다.
애초 정부의 취지가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한 것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앞으로 어떤 투자자가 정부를 신뢰하고 창업 생태계 활성화에 나설 것인지 의문이다. 결국 이는 제2 벤처 겨울의 도래를 의미하게 된다. 모처럼 살려낸 벤처의 봄을 망가뜨리는 것을 중기청은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8.
그렇다면 여기서 두 가지 가치를 균형을 잡아보자. 팁스 운영에 대하여 적용할 검찰의 잣대는 중기청이 설정한 기준에 맞추는 것이 창조경제의 패러다임에 합당한 대안일 것이다. 중기청의 기준과 검찰의 기준이 서로 다르다면 이는 국가 자원의 낭비인 동시에 국민들의 불신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중기청이 설정한 기준에 벗어나는 경우에 한해서 수사는 이루어 져야 할 것이다.
특히 구속수사는 악의적 행위로 인해 피해자들의 피해가 막대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 경우로 제한하여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두 정부기관의 가치의 패러다임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 이 사태의 본질적인 문제로 지적하고 싶다.
9.
2000년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벤처생태계를 구축했다. 세계 최초의 벤처특별법, 기술거래소, 실험실 창업제도를 통하여 미국 다음으로 많은 벤처 기업을 육성했고 이스라엘이 한국을 벤치마킹했다. 그러나 정현준, 이용호 등 벤처 4대 게이트로 인해 과도한 규제가 도입되고 벤처는 10년 겨울을 맞이하게 됐다. 그런데 이러한 4대 게이트의 주역들은 벤처인들이 아니고 벤처사냥꾼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여파는 한국 국가 혁신을 10년 이상 뒤로 미루게 되었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그리고 꺼진 벤처의 불씨를 살려 창조경제의 씨앗으로 삼는 지난 3년간의 국가 차원의 피나는 노력으로 비로서 벤처 창업을 살려냈다는 것도 명심하자.
이번 사태가 새로운 창조경제 패러다임과 구시대 규제 패러다임간의 전환 시대의 혼돈으로 보여지는 이유다.
조선경제 16-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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