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즈] 권영선 교수 – `결합 심사` 제도개선 필요하다
2016.07.28
By.관리자
지난해 말 시작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기업결합 시도가 지난 7월 중순 공정거래위원회의 합병금지로 무산됐다. 이번 건은 과거 이종산업에 속했던 기업간의 인수합병이다 보니 관련된 법률이 4개, 관련된 시장이 8개나 되는 복잡한 사례였다. 찬반 논란이 팽팽했던 가운데 결론이 내려졌고, 만족스럽지는 못하더라도 나름 수긍할 수 있는 논거에 따른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산업에서 기술혁신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야기할 기업결합 시도가 계속 나타날 수밖에 없고, 이번과 같은 절차로 인수합병 심사를 계속할 것인지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어쩌면 인수합병 심사 절차가 달랐다면 이번의 보수적 결정과는 다른 판단이 나왔을 수도 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결정과정에서 노정된 가장 큰 문제점은 방송통신 규제기관인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견이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에 있어서 고려되지 않았고 그럴 여지도 없었다는 점이다. 즉,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 인수합병에 대한 금지결정을 내리면서 미래창조과학부의 역할은 이 사안과 관련해서 더 이상 의미 없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의 많은 국가가 공익성이 높은 산업을 규제하는데 있어서 이중구조의 규제체계를 운용한다. 이중구조는 일반적으로 공익산업을 포함해 모든 산업에서의 반경쟁적 행위 금지를 통해 경쟁을 촉진하려는 경쟁위원회 또는 공정거래위원회와 전력, 통신, 상하수도, 가스, 철도 등 공익산업을 일선에서 규제하는 산업별 규제기관으로 구성된다.
공익산업별 규제기관은 인허가를 통한 진입규제, 요금규제, 서비스 품질 및 안전 규제, 공익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경쟁 활성화를 통한 소비자보호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기업은 규제대상이면서 동시에 규제기관의 존재 목적을 제공하는 고객이기 때문에 산업별 규제기관은 일반적으로 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고 규제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
반면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반독점 경쟁정책기관은 진입규제와 같은 사전규제는 하지 않고, 시장에서 불공정행위로 이익을 침해당한 기업이 있거나 그로 인해 소비자의 이익이 침해된 경우 또는 침해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불공정행위를 한 기업에 제재를 가함으로써 사후적으로 불공정행위를 바로잡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번 기업결합 금지도 같은 맥락에서 이미 체결된 기업결합계약이 방송통신시장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약해 소비자후생을 침해할 것이라 판단하고 그 계약을 불허한 것이다.
문제는 현재 진행되는 정보통신산업에서의 기술진보와 그로 인한 산업구조의 변화를 억제하는 것이 오히려 소비자 이익을 더 크게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의 산업구조와 관련시장에서의 경쟁상황을 전제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기업결합이 경쟁을 제한할 것으로 판단했다. 즉,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은 현 시장상황에 근거한 보수적인 판단인 것이다. 멀티미디어 영상을 전달하는 매체가 기술발전에 따라 공중파에서 케이블로, 다시 케이블에서 유무선 인터넷으로 대체되고 있으나, 이번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에 있어서는 이러한 동태적 기술발전과 그에 따른 산업구조의 변화가 가져올 소비자후생의 향상은 보도자료의 내용을 볼 때 심각하게 고려되지 않은 것 같다.
현 시장질서의 보호로 얻는 경제적 혜택과 산업구조의 진화가 지체될 때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을 균형 잡기 위해서는 미래부의 전문성에 근거한 동태적 기술발전의 효과에 대한 의견이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과정에서 중요한 변수로 고려될 수 있어야 한다. 이번의 사례를 계기로 공익산업별 사전규제기관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업무협조가 보다 긴밀하게 이뤄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원문 기사보기 ->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6072802102351607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