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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타임즈] 권영선 교수 – 전기요금, ‘규제 틀’부터 바꿔라

2016.09.13

By.관리자

금년 여름 기록적인 무더위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가정용 전기요금에만 가혹하게 적용돼온 누진요금제에 대한 국민의 비난이 극에 달했다. 불합리한 전기요금제도를 뜯어 고쳐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고, 국회에서도 다양한 논의가 시작됐다. 날씨가 제법 선선해지면서 전기요금제도의 개편방안을 차분히 심도 있게 논의하기 좋은 때가 온 것 같다.

국내외 경제 환경이 변하면 기존 제도가 변화된 환경에 여전히 적합한지 점검하고 수정했어야 하나 우리 정부는 그동안 여러 분야에서 환경변화에 너무 무관심 했다고 할 수 있다. 전기요금과 상수도요금 제도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전기나 물은 생존에 긴요한 서비스로서 일정수준의 수요는 국민 누구에게나 보장해 주어야 하는 공익서비스다.

그런데 현재 우리경제를 비롯한 세계 경제는 산업구조가 근본적으로 급격히 개편되는 혁명기에 진입해 있다. 와해되는 산업에서 해고된 근로자를 흡수할 만큼 새로운 산업이 빠르게 생성되지 않으면서 실업률이 증가하고 소득격차 또한 심화되고 있다. 복지기반을 강화해 고통을 분담하면서 이 어려운 시기를 합심해 헤쳐 나가야 할 때인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정부가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전기와 물 서비스 요금제도를 변화된 환경에 적합하도록 개선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전기요금제도의 개편을 논의하기 전에 보다 본질적으로 전기, 물, 통신과 같은 공익서비스 규제제도를 우선 개선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전기와 물 요금제도가 오랜 기간 변화되지 않고 유지된 것은 공무원이 게을러서가 아니고, 공무원의 유인구조가 소비자후생 향상에 맞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단말기유통법과 같이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수많은 원성에 불구하고 고치지 않는 것은 소비자후생보다 각 부처의 직접적 고객인 기업의 편에 공무원들이 서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행정부서가 전기, 물, 통신, 가스, 철도 등 공익서비스 산업을 규제하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몇 되지 않는다. 미주대륙과 서구유럽의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소비자후생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독립규제기관이 공익산업을 규제하고 있다. 행정부가 직접 공익산업을 규제하면 기업에 공무원이 포획되어 소비자 후생보다는 규제산업의 육성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물론 공익기업도 정부의 재정적 지원 없이 자체 생존이 가능하도록 운영원가와 투자자본의 기회비용을 회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일반 민간 기업과 같이 이윤의 규모가 클 필요는 없다. 이는 매출이 보장되어 있고 경쟁도 일반 재화시장에서 보다 훨씬 약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땅 집고 헤엄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시장에서 위험이 적은 만큼 투자자본에 대한 보상이 일반 민간기업 만큼 클 필요가 없는 것이다.

공익산업 규제기관은 행정부뿐만 아니라 정치권으로 부터도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대중 인기영합 정책을 남발하기 쉬운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이 확보되지 않으면 공익산업은 만성적인 적자에 빠져 양질의 서비스를 지속해서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규제 틀을 바꾸지 않고 요금제도의 개선만을 논의하면 새로운 요금제도는 여전히 소비자후생 보다는 기업의 이익을 우선하기 쉽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선택전기요금제도가 바로 좋은 예이다. 선택요금제도가 소비자후생을 높일 수도 있으나 기업의 이윤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선택요금제도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기업이 바로 통신기업이다. 이들이 소비자후생을 높이기 위해 이 제도를 사용한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서구 선진국을 비롯한 대다수 국가가 왜 독립규제기관에 공익산업의 규제를 맡기는지 잘 알려져 있는데 우리는 왜 굳이 이를 외면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권영선 KAIST 경영대학 기술경영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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