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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에너지 빈곤층에 따뜻한 섬광을” 카이스트생 뭉쳤다

2011.10.12

By.관리자

사회 속 과학 소통의 현장 사회적 기업 ‘섬광’ 창업나선 카이스트생 4명
추위에 고통받는 빈곤층 위해
‘저예산 태양열 난방기’ 개발 나서
“열악한 환경 개선 도움 됐으면” 

 

» 적정기술 사회적 기업 창업을 꿈꾸며 에너지 빈곤층을 위한 ‘태양열 난방기’를 개발하고 있는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의 김주만·김재훈·여예원·김지나씨가 자신들이 만든 난방기 시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문지캠퍼스 진리관 옥상에는 검은색 파이프로 채워지고 투명한 아크릴로 덮인 상자가 비스듬히 놓여 있다. 언뜻 보기에 연통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너비 1미터, 길이 3미터의 이 상자에는 카이스트 학생 4명의 옹골찬 꿈이 담겨 있다.

학내 동아리 회원으로 만난 여예원(25·기술경영전문대학원 기술경영학과 1년차), 김지나(22·건설및환경공학과 및 경영과학과 4학년), 김주만(24·산업시스템공학과 및 경영과학과 4학년), 김재훈(24·에너지환경물지속가능대학원 2년차)씨 등 4명은 적정기술을 이용한 사회적 기업을 창업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들이 만들려는 제품은 지붕이나 벽 등에 설치해 태양열을 모은 뒤 방 안으로 온풍을 넣어주는 장치다.

김지나씨는 “도시가스 공급은 안 되고 소득이 적어 비싼 전기를 쓸 수는 없기에 생활에 필수적인 에너지를 공급받지 못하는 도심의 에너지 빈곤층을 위해 ‘저예산 태양열 난방기’를 개발하려 한다”고 말했다. 시중에 판매되는 태양열 난방기는 하이테크를 이용해 비쌀뿐더러 투자회수기간이 수십년이 걸리기 때문에 전지라든지 에너지변환 장치 등을 다 빼고 태양열 복사에너지를 직접 집안 내부로 전달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일은 카이스트랩(K-Lab)과 에스케이 행복나눔재단이 공동주최한 ‘제1회 적정기술 사회적 기업 페스티벌’의 사업계획서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상금 500만원과 창업 지원금 500만원이 생겼다. 의기투합한 네 사람은 ‘번쩍이는 빛’과 ‘섬기는 빛’이라는 두가지 의미를 지닌 ‘섬광’이라는 회사 이름도 만들었다. 김지나씨는 “카이스트에 다니고 있는 것만으로도 사회의 많은 지원을 받은 것이어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공모에 참여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오고 적절한 지원이 있어 계속 활동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예원씨는 “대전의 대표적 달동네인 대동지역 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아가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인터뷰하면서 태양열 난방기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취지와 난방기 구상을 말씀드리니 관장님께서도 시제품을 설치해보자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이들은 7월1일부터 20여일 동안 인도를 방문해 유사한 사회적 기업을 탐방하는 행운을 얻었다. 청년 사회적 기업가 지원단체인 사단법인 ‘씨즈’가 ‘청년, 세계를 가다’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방문 기업은 인도의 대표적 태양열 조리기 생산업체인 ‘가디아 솔라 시스템’이었다. 김주만씨는 “인도 회사를 찾아가 열을 집적하는 기술과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아이디어, 생산·유통·관리 시스템, 실제 사용하는 사람들의 인식과 교육 체제 등을 보려고 했다”며 “기술적 부분은 특별히 배울 만한 것이 없었지만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기업이 되려면 소비자를 먼저 생각해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배웠다”고 말했다. 11년 전 창립한 가디아 솔라는 내년에 독일 정부에 제품을 납품하기로 계약할 정도의 유명회사가 됐다. 태양열 조리기는 애초 주민들이 화덕을 피워 밥을 하면서 발생하는 산림 훼손과 기관지 손상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김재훈씨는 “가디아 솔라는 가정용 조리기로 요리를 해 수익을 낼 수 있게 해주고, 스팀을 이용한 다리미로 세탁소를 운영할 수 있게 해주는 등 지역민의 소득 향상에도 기여를 하고 있었다”며 “이것은 조리기 사용자들이 발생하는 열을 다른 데 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낸 아이디어를 회사가 더 발전시킨 것이어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식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지나씨는 “우리가 만들려는 태양열 난방기는 일반 시민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너무 추워서 생과 사가 맞닿아 있는 분들의 환경을 조금이나마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도구”라며 “자치단체는 좀더 적은 예산으로 더 큰 혜택을 줄 수 있는 방법이기에 자치단체와 복지관 등을 찾아다니며 소통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비 창업가들의 앞날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당장 회사를 창업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소기업청에서 예비기술창업자 지원금을 받으려 하는데 먼저 자금을 사용하고 추후에 승인을 받아 지원금을 받는 방식이어서 밑돈이 부족한 학생 창업가들에게는 부담이 크다. 또 지금까지 비공식적으로 학교 연구실을 작업장으로 사용하고 있었지만 공식 창업을 위해서는 공간 마련도 해결해야 할 눈앞의 과제이다. 기술적으로는 태양열을 오래도록 보관·유지할 수 있는 냉매를 개발하는 것이 급선무다.
대전/글·사진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출처:한겨레신문 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50031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