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윤태성 교수 – 주민이 줄어 우리 마을이 사라진다면
2016.09.21
By.관리자
도쿄는 1000만명 이상이 살고 있는 거대 도시다. 인구가 줄어든다고 해도 실감 나지 않지만 인구절벽이 더 이상 남의 문제가 아닌 지역도 있다. 도시마구는 도쿄 23구 중에서 유일하게 인구 감소로 2040년에 소멸 가능한 지역으로 예상되고 있다. 도시마구에서는 인구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서 주말에도 행정서비스를 실시하고, 구청 청사 위에 아파트를 짓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인구절벽 시대에 지역을 살리려는 노력이 일본 각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첫째, 지역의 규모를 줄이려는 노력이다. 홋카이도의 유바리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재정파산한 곳이다. 채무 353억엔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했으며, 아직 276억엔의 채무가 남아 있다. 파산한 지역에 돈이 있을 리 없고 그 영향으로 행정서비스가 줄어드니 당연히 인구도 줄어들었다.
1960년 12만명이던 주민은 2014년에는 1만명 이하가 됐으며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고령화율은 48%다. 유바리시는 상하수도를 포함한 인프라 규모를 줄이려고 하는데 이를 위해서 주민도 가급적 한곳에 모여서 살도록 유도한다. 주민이 거주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편의시설과 인프라를 집중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예산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다세대 지역공동체를 다양하게 유지하려는 노력이다. 지역 내에서 함께 생활하고, 함께 일하는 환경은 복지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가나자와시에는 70여 명의 주민이 모여 사는 마을이 있다. 주민의 구성은 다양한데 고령자와 지적장애자가 각각 40% 정도이며, 나머지는 학생과 어린이다. 마을에는 식당, 온천, 세탁소, 편의점 등 편의시설이 있어서 생활을 돕는다. 이 마을에는 연간 600개 이상의 단체가 견학을 오는데 지역공동체의 모델로 삼기 위해서다.
셋째, 일자리를 만들려는 노력이다. 지역에 일자리가 없으면 일을 찾아 다른 지역으로 전출하는 주민이 늘어난다. 만약 지역에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면 다른 지역으로 전출하는 사람은 줄어들고, 지역으로 전입하는 사람은 늘어날 것이다.
시마네현의 요시다 마을은 1955년 5000명이던 인구가 1985년 반으로 줄어들었다. 인구가 줄어 지역이 사라질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느낀 지역에서는 1985년에 제3섹터로 기업을 설립했다. 이 기업에서는 온천, 관광, 버스, 수도, 식당, 식품가공판매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연간 4억엔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매출이 늘면서 고용도 늘었는데 설립 초기 6명이던 사원은 지금은 66명이다. 지역 최대의 고용기업이다.
넷째, 수입을 늘리려는 노력이다. 나가노현의 아치무라는 주민 6700명이 살고 있는 작은 시골 마을이다. 유명한 관광지도 아니고, 특별한 상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마을에 관광객이 온다. 밤이 되면 관광객은 마을에 있는 1400m의 산에 올라가서는 바닥에 눕는다. 주변의 불을 끄고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힐링하는 게 전부다. 별을 보러 연간 3만명의 관광객이 온다.
주민이 180명인 어느 작은 섬에서는 관광객이 석양을 보면서 즐긴다. 석양이 상품이다. 지역에서는 당연한 것이지만 관광객의 관점에서 재조명하니 훌륭한 상품이 됐다. 그 지역에만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
위와 같은 다양한 노력의 배경에 있는 것은 주민의 위기감과 기업의 협력이다. 주민들은 인구절벽과 지역 소멸을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기업은 지역에 밀착해 주민에게 봉사하면서 사업을 키워나갔다.
주택 보수를 전문으로 하는 어느 기업은 지역에서 금액이 아주 작은 계약도 성실히 수행한다. 마치 관리사무소와 같은 역할을 하는데 주주의 대부분은 지역주민이다. 또 다른 어느 기업은 지역을 매일 청소하면서 문제점을 발견한다. 주민이 모이는 라운지를 제공하는 기업도 있고, 지역의 농산물을 전국으로 판매하는 기업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