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윤태성 교수 – 협력이 생존이다
2017.03.03
By.관리자
기업들의 협력과 경쟁은 양날의 칼이지만 협력에 더욱 중점을 두지 않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인구감소 시대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시장 축소는 기존 시장에서의 철수와 새로운 시장으로의 진입을 동시에 강요하고 있다. 또한 제4차 산업혁명과 기술 발전에 의한 시장 변화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기대감을 동시에 주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기업과도 협력할 수밖에 없다. 협력은 시장의 관점에서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시장 축소에 따른 협력이다. 일본의 맥주 시장 규모는 12년 연속으로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소비자 마음을 돌리기 위해 2016년에만 80개 이상 신제품을 투입했으나 효과는 미흡했다. 이런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아사히와 기린은 앞으로 물류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장거리 운송은 각사가 트럭을 이용했으나 운전사가 부족하고 물류비용이 높아서 오랫동안 경영의 압박 요인으로 작용했다. 물류 효율을 높여 원가를 절감해야 하는 상황에서 두 기업은 열차에 의한 장거리 공동 운송을 시작했다.
이륜차 업체인 혼다는 야마하에 50㏄ 스쿠터를 공급자 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제공한다. 두 기업은 과거에 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국내 시장이 축소하면서 협력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둘째, 시장 창조를 위한 협력이다. 미쓰비시전기와 스미토모중기계를 포함한 4개 기업은 제5세대 `중립자선 암치료 장치`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2026년까지 제품을 개발해 1조엔 시장에 대처하려는 의도다. 축구장 크기만 하던 장치를 10분의 1 이하로 줄이며 가격을 대폭 낮추면 환자의 치료비 부담 역시 낮아질 것이다. 이런 장치를 단일 기업이 개발하기엔 위험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경쟁 기업이라도 서로 협력하지 않을 수 없다. AIG보험은 일본 생명보험 시장에서 철수하는 대신 손해보험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전면적으로 협력하기로 한 기업은 로봇 기업인 사이버다인이다. 환자가 로봇을 이용해서 재활훈련을 하는 비용은 대부분 건강보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바로 이 부분에 손해보험의 기회가 있다고 판단하고 협력하기로 했다.
셋째, 시장 변화에 대비한 협력이다. 자동차업계는 인공지능과 자동운전과 같은 기술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2016년 일본 자동차업체 7개사가 투자한 연구개발비는 2조8000억엔으로 과거에 비해 최대 규모다. 하지만 아무리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다고 해도 모든 연구개발을 자사 능력만으로 실행할 수 있는 기업은 없다. 연구개발비는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것 역시 불안 요소다. 미래에는 시장이 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장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할지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연구개발의 위험과 성과를 경쟁 기업과 나눠 가지려는 노력이 크게 늘었다.
혼다는 히타치제작소와 공동자회사를 설립해 에코카에 들어가는 모터를 개발한다. 지금까지 혼다는 모든 기술을 자체 개발했으나 에코카용 모터에 대해서는 히타치의 양산 기술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려고 한다. 이렇게 개발한 모터는 당연히 타사에도 판매할 예정이다. 혼다는 구글과 협력해 자동운전 기술을 공동 연구하고 있다. 도요타는 스즈키와 폭넓게 협력하며 자동운전 기술과 모터를 공동 개발한다. 닛산은 IT기업인 DeNA와 협력해 무인운전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교통서비스 사업을 개발하고 있다. 덴소는 NEC와 협력해 자동운전 기술을 공동 연구하고 있다. 자동차용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NEC가 분석하는데 모든 자동차가 인터넷에 연결되는 사회에 필요한 새로운 사업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윤태성 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