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즈] 권영선 교수 – 정부조직 개편 어떻게 할 것인가
2017.04.13
By.관리자
차기 대통령 선거일이 정해지고 각 당의 대선 후보가 가시화 되면서 차기 행정부의 정부조직 개편방안에 대한 후보자별 정책이 조금씩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공무원들은 자기 부처의 위상을 향상시키기 위해 유력 후보자 캠프와 물밑 접촉을 하고 있다고 한다.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정부조직의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세계경제와 국내경제의 구조적 변화가 시작됐고 국제정세가 요동치는 등 우리경제의 외부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적 대응능력을 향상시키고 국가경제의 안정과 성장을 지속해 나가기 위해 정부조직을 재구조화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새 대통령의 선출과 행정부의 출범이 갑작스럽게 진행되면서 이번 정부조직 개편은 이전의 정부조직 개편보다도 더 졸속으로 진행될 가능성 또한 높아 보인다.
기술의 발전으로 경제구조는 계속해서 변화되어 나갈 것이고 그에 따라 우리 삶의 양식도 바뀌어갈 것이다. 이는 향후 행정서비스 범위의 재설정과 함께 행정조직의 재구조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번 행정조직 개편이 졸속 행정구조 개혁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행정구조 개혁의 방향성에 대한 공감이 우선 확보되어야 한다. 즉, 미래지향적 행정개혁의 철학이 먼저 세워지고 공유돼야 한다. 그러나 요즈음 근본적인 행정구조개혁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는 들리지 않고 이전 행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한 행정조직 쪼개 붙이기 이야기만 들린다.
행정조직 개편은 시대변화에 따른 행정수요의 변화에 맞추어 정부의 역할을 재 정의하고 그 역할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돼야 한다. 즉, 시대변화에 따른 행정수요의 변화를 반영하기 위한 행정조직개편을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에 대한 재 정의가 먼저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무엇을 시장에 맡기고 무엇을 정부를 비롯한 공공부문이 맡을지에 대한 가치관을 일반 국민과 공유한 후에 공공부문이 맡을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조직구조가 설계돼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전의 정부조직 개편은 5년이란 짧은 재임기간 동안 추진할 정책의 주제어를 강조하고 이전 행정부와의 차별성을 선명하게 하기 위한 전시적 행정조직 개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전시적 행정조직 개편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미래창조과학부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대표적인 치적의 하나라고 자평하는 단통법은 바로 지향하는 가치와 목적이 불분명한 행정조직이 만들어졌을 때 독과점적인 기업집단의 이익은 보장된 반면 일반 국민에게는 고통만 발생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한 가격인하 경쟁을 불법적인 기업활동이라고 규정하고 규제한 공무원들은 전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매우 창조적인 정책이라고 자평할 수는 있겠으나 그로 인해 소비자가 겪은 고통과 시장왜곡은 기대 이상으로 컸다.
정부의 업무범위가 재설정되고 업무별로 담당 부처가 정해지고 난 다음에는 개별 부처가 조직 목적을 충실히 달성할 수 있도록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단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행정조직의 원래 임무와 다른 역할을 수행할 것을 대통령이 요구하면 행정부처는 법령으로 정해진 본래 업무도 추진하지 못하게 되어 행정의 효율성이 하락하고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확보할 수 없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물가관리 기관이 아니고 할 능력도 없다. 경쟁 활성화를 통해서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촉진하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정부부처임에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를 물가관리에 동원했었다. 정부가 움직인다는 시늉만 낸 것이다.
새 정부에서는 공공부문의 역할 재설정과 구조조정이 합리적으로 이뤄지고 각 부처의 권한이 보장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