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윤태성 교수 – 핀테크, 기술보다 서비스가 관건
2017.05.23
By.관리자
핀테크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의 앞 글자를 이어서 만든 용어다. 핀테크를 말할 때 빅데이터, 블록체인, 전자화폐, 인터넷전문은행, 인공지능, 크라우드펀딩 등이 나오는 것을 봐도 금융에 어떤 기술을 더하고 싶은지 알 수 있다.
새로운 핀테크를 개발하고 사업으로 전개하는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기술 자체에 집중한다. 하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만 집중한다면 핀테크를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기술적인 혁신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실제로 이용할 고객들이 지속해서 이용할 수 있고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다.
이는 술에 비유할 수 있다. 술을 만드는 기업에는 만드는 방법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정작 이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마실 때 분위기나 맛 등을 중시한다.
제아무리 핀테크가 혁신적이더라도 기술 그 자체만으로 가치를 갖기는 힘들다. 기술은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되어 생활 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올 때 가치를 가진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은 수십 년 동안 연구자의 전유물이었지만 알파고라는 소프트웨어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을 계기로 인공지능은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기술이 되어 버렸다.
이는 대학의 수업만 봐도 알 수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KAIST에서 제공하는 인공지능 수업은 작년까지는 한 학기에 한두 과목이었고, 수강생은 수십 명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 한 학기 만에 과목 수가 네 개로 늘어났으며, 수강생은 수백 명을 넘는다.
최근 핀테크 산업에 대한 기사들을 보면 새롭고 혁신적인 사업모델 발굴에 집중하는 측면이 강하다. 언론 기사에는 한국 핀테크 산업의 성공 여부에 초조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외국의 금융기관이나 핀테크 기업에서 새로운 사업모델을 개발하면 이를 요란하게 소개한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각종 규제나 환경을 탓하면서 부족한 점을 질책한다.
하지만 아무리 핀테크를 이용한 기술이 혁신적이고 새로워도 고객들의 입장에서 만족하지 못한다면 혁신적이지 못할 것이다. 금융서비스에는 여전히 불만, 불평, 불안, 불확실과 같은 요소가 존재한다. 이런 부정적인 요소를 혁신적인 금융기술의 힘으로 해결하여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것이 핀테크의 목적이어야 한다. 핀테크가 고객의 보이지 않는 만족을 해결해 줄 수 있을 때 비로소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다.
윤태성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List/3/04/20170523/8451017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