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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윤태성 교수 – 근로시간 단축의 두 가지 조건

2017.08.16

By.관리자

근로시간 단축이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장시간 노동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을 주당 40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여기에 주당 12시간까지 잔업을 허용하기 때문에 근로자 입장에서는 주당 52시간이 법적 상한이다. 특혜업종으로 지정되면 근로시간은 노사합의에 의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취업자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43.2시간이다. 평균 근로시간이 가장 적은 농업·임업·어업은 34.9시간인 데 비해 가장 많은 도소매·음식숙박점업은 46.8시간이다. 근로시간을 줄여서 일과 삶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데에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에는 적어도 두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근로시간 단축은 목적이 아니라 결과라는 점을 인식한다. 일하는 방식을 개혁하는 것이 목적이고 이 목적이 얼마나 달성되었는지 알려주는 결과가 근로시간 단축이다. 정부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강하게 요구하면 정부의 요구를 들을 수밖에 없는 기업에서는 근로시간 단축 자체를 목적으로 삼게 된다. 이런 기업에서는 근로자 한 명당 근로시간을 파악하고 만약 근로시간을 초과할 우려가 있다면 조기에 퇴근시켜야 한다. 정해진 시간에 일제히 소등해서 강제적으로 일을 못하게 하는 기업도 나오게 된다. 업무가 밀린 근로자가 집으로 일을 가지고 가는 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일 욕심일 뿐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일하는 방식이 크게 변하고 있는 과도기다. 많은 기업에서는 인공지능, 로봇, 핀테크와 같은 기술을 업무에 도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신입사원 채용업무에 인공지능을 사용해서 처리시간을 크게 단축한다. 하우스텐보스 호텔에서는 로봇이 고객을 맞이한다. 미즈호은행을 비롯해서 고객 응대에 로봇을 이용하는 은행도 늘어나고 있다. 로봇은 대출 안건도 심사한다. 대금 결제에 핀테크를 활용하여 처리시간을 단축하는 사례도 많다. 서비스업에 기계화, 자동화, 표준화를 도입하여 일하는 방식을 개혁하는 사례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제조업에서는 독일의 아디다스를 선두로 스마트 팩토리가 늘어나고 있다. 근로자가 장시간 잔업하면서 납기에 맞추어 제품을 생산하던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일하는 방식을 개혁하면 자연스럽게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둘째, 근로시간 단축에 의해 근로자 소득이 감소하면 안 된다. 많은 기업에서 근로자가 실제로 수령하는 급여는 여전히 기본급보다 잔업수당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잔업을 많이 할수록 소득이 크게 증가하는 구조라면 근로자는 좋든 싫든 잔업을 할 수밖에 없다. 소득을 올리기 위해 스스로 자원해서 시간 외 잔업에 휴일특근까지 하면서 근로시간을 최대한 늘리는 근로자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급여명세에서 잔업수당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근로시간 단축이 곧 소득 감소로 이어지는 급여구조라면 근로자가 근로시간 단축을 그저 환영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만약 근로시간이 단축되어 소득이 감소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근로자는 겸업이나 부업을 해서라도 소득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여유시간에 가정에 충실하고 자기계발을 할 수 있다.하지만 생활이 넉넉하지 못하거나 장래가 불확실한 환경에서는 일을 더 해서라도 소득을 유지하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만약 일하는 방식을 개혁해서 같은 근로자가 같은 성과를 내는 데 필요한 근로시간이 줄었다면 절약한 시간의 일정 부분을 근로자에게 상여금으로 돌려주는 제도가 필요하다. 근로시간을 단축해서 잔업수당이 줄어도 그만큼 상여금이 늘어나서 소득이 유지된다면 근로자는 스스로 궁리해서 일하는 방식을 개혁할 것이다. 소득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잔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변하여 잔업은 업무를 개혁하지 못한 결과이므로 창피하다고 여기는 상황이 되어야 한다.

[윤태성 카이스트 기술경영학과 교수]

출처 바로가기 : http://opinion.mk.co.kr/view.php?year=2017&no=5453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