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김재영 석사과정생 – 사드 보복의 숨은 피해자, 韓·中 다문화 가정들
2017.09.26
By.관리자
*2017학년도 가을학기 교과목 지식산업(담당교수: 윤태성 교수) 수강생 기사 게재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이후 시작된 중국의 경제적·정치적 보복으로 많은 한국 기업과 한국인이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한국에 사는 한·중 다문화 가정도 아주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저희 부부가 둘째 아이를 낳자 중국에 계시는 장인·장모가 오실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한국 여행 금지 조치로 비자 유효 기간이 남아있는 장모만 오실 수 있었습니다. 장인은 중국 현지 여행사를 통해 비자를 신청하려고 했지만 여행사로부터 "비자 발급을 시도하다가 걸리면 벌금으로 인민폐 10만위안(약 1700만원)을 내야 한다"며 거절당했습니다.
이번 추석을 앞두고는 저희가 중국으로 가서 가족을 만나고자 둘째 아이 비자 신청을 하려 했는데 여행사로부터 중국이 비자법을 바꾸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중국 대사관 홈페이지를 보니 이미 작년 12월 28일 바뀌어 있었습니다.
첫째 아이는 한국 여행사를 통해 간단하게 신규 발급을 받았으나, 사드 이후 어려워졌습니다. 부모 모두가 아이를 데리고 직접 중국 대사관을 찾아가 비자도 아닌 2년 기한 '여행증'을 신청해야 했고, 앞으로도 법이 바뀌지 않는 한 2년마다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대사관에 가야 한다는 겁니다. 중국 대사관은 서울·부산·광주에만 있습니다. 청주에 사는 저는 직장에 하루 휴가를 내고 아내와 아이를 데려가 신청했습니다. 그나마 반나절 이상을 줄 서서 기다리면서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를 피부로 느꼈습니다.국가 통계 포털의 '2016년도 국적별 다문화 대상자'를 보면 한국에 사는 다문화 가정 외국인은 총 31만7118명이고, 이 중 중국 한족과 조선족이 17만4168명입니다. 한국 내 전체 다문화 외국인 중 중국인이 55%인 것입니다. 이렇게 한국 사람과 기업뿐 아니라 한국의 수많은 한·중 다문화 가정에도 심한 피해를 주니 안타깝습니다.
사드는 왜 설치하였습니까?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북한의 핵과 미사일로부터 한국인 및 한국을 삶의 터전으로 사는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것 아닙니까? 중국 정부는 사드 보복 조치가 많은 중국인에게도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사드 임시 배치' 같은 애매모호한 용어를 사용하면서 중국 정부에 사드 철수를 기대하게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중국 눈치를 보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한·중 양국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핵 개발과 ICBM 등의 미사일 개발이 완전히 폐기되고 한반도에서 북핵 위험이 사라지면 한국도 평화를 위해 사드를 철수할 명분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중 양국은 이미 설치된 사드 문제는 일단 접어두고, 북핵 폐기와 같은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으로 대응하고 노력하기 바랍니다. 중국과 한국 정부는 한국에 사는 숱한 한.중 다문화 가정의 불안한 마음과 안타까운 심정, 그리고 현실적 고통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사과정 김재영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21/201709210354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