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는 앱 개발자가 개발을 쉽게 하기 위하여,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을 가져오는 것을 의미하며, ‘오픈(Open) API’는 이것이 공개되어 누구나 가져다 쓸 수 있다는 의미이다.
미국은 2010년 7월에 발효된 도드-프랭크법으로 금융소비자의 정보 접근성을 보장하는 것이 법제화되었으며, 이로 인하여 빠르게 오픈 API가 확산될 수 있었다. 현재는 미국 금융사(은행·카드사 등) 가운데 약 90%가 오픈 API를 제공 중이라고 한다. 영국은 2000년 11월 정보자유법이 제정되었고, 2010년 이후 ‘오픈 데이터’ 정책이 본격화되었다. 또 2016년 유럽연합이 개정한 지급서비스지침(PSD2)에 따라 고객 요청 시 핀테크 기업 등 제3자가 금융회사 계좌에 접근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는 상황이다(‘오픈 API 정책 관련 해외사례와 시사점’).
우리나라는 좀 늦은 감이 있지만,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오픈 API 정책의 필요성에 대하여 절감하고 최근 움직임이 활발하다. 2015년 7월 ‘금융권 공동 핀테크 오픈 플랫폼 구축 방안’이 발표되었고, 이어 1년여 만에 2016년 8월30일 금융위원회는 세계 최초 ‘금융권 공동 핀테크 오픈 플랫폼’ 개통을 선언하였다. 금융결제원을 중심으로 16개 은행과 코스콤을 중심으로 한 14개 증권사가 참여하였고, 금융결제원은 잔액조회, 거래내역 조회, 입출금, 계좌 실명조회 등의 기본적인 5가지 기능을 핀테크 기업에 ‘은행권공동오픈플랫폼’을 통하여 열어줬다.
하지만, 핀테크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핀테크 기업이 은행권 API를 이용할 경우 출금·입금 건당 400~500원의 수수료가 부과되는 등 값비싼 API 이용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며, DB의 수집 범위 또한 5개 API에 불과하다고 한다.
또한, 이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앱을 설치해 복잡한 사용자 인증을 거쳐야 하는 사용성의 제약 또한 존재하여, 큰 호응을 얻지는 못하였다고 한다(보도자료 ‘핀테크 서비스 개발, 이제 쉽고 빨라집니다 - 세계 최초 금융권 공동 핀테크 오픈플랫폼 개통’ 2016·8·30).
우리 핀테크 산업의 발전(즉, 금융서비스 산업 발전) 및 고객 편익 제고를 위해서 오픈 API의 적용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오픈 API가 이미 보편화되어 있거나, 법제화되어 있는 선진국에서는 핀테크 기업들의 약진으로 금융서비스가 매우 성장해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크레딧 카르마(Credit Karma), 민트(Mint), 너드 월릿(Nerd Wallet), 요들리(Yodlee), 중국의 롱360(Rong360), 그리고 일본의 머니 포워드(Money Forward) 등이 금융권 API를 활용해 성공한 대표적인 핀테크 기업이다.
이 가운데 미국의 크레딧 카르마는 금융상품 추천 비즈니스를 통하여 2016년 매출 6억달러, 6000만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했으며, 2015년 기준으로 기업가치가 약 35억달러에 달하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아직 국내 핀테크 기업들이 스타트업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은 이와 비교해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국내 한 은행은 현재 70개가량의 API를 핀테크 기업에 무료로 개방하기로 하였다. 제공하는 API가 기본 기능 5개이고 유료인 은행권 공동플랫폼에 비하면 가히 파격적이다. API를 오픈한 은행 입장에서는 자사의 기술과 인프라를 모두 개방하는 것으로 쉬운 결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핀테크 기업과 더불어 빠르게 성장하는 디지털 금융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그들의 오픈 이노베이션 정책에 박수를 보낸다. 이들의 성공이 다른 은행 및 증권사를 동참시키고 그것이 또한 정부에서 주도하는 금융권 오픈 API 정책에 보탬이 되어 국내 핀테크 산업의 보다 빠른 성장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출처 바로가기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11032118005&code=99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