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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병필 교수 – 인공지능 혁신의 풍경

2019.01.02

By.관리자

 

김병필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

‘인공(人工)’이라는 단어는 어감이 썩 좋지 않다. 인공의 것들은 자연 상태의 것들에 비해 나쁜 경우가 많다. 인공 감미료는 천연 감미료만 못하고, 인공 호수는 천연 호수만큼 아름답지 못하다. 게다가 자칫 인공물이 잘못 쓰일 경우 큰 위험이 생기기도 한다. 가령 가뭄에 인공강우를 이용해서 비를 내리게 하면 나중에 더 큰 가뭄이 올 수도 있다. 그러니 우리는 인공물이 자연물에 비해 열등한 것이라고 쉽게 단정 짓는다.

‘인공’에 대한 나쁜 어감은 ‘인공지능’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인공지능은 한편으로 두렵고 위험하며, 다른 한편으로 냉혹하게 느껴진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는 섬뜩한 인공지능 이야기가 나온다. 영화 속 우주선 승무원들은 인공지능이 오작동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컴퓨터 전원을 내리려고 한다. 그러자 인공지능은 자신이 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고를 가장하여 승무원을 살해한다. 이 이야기는 극단적이지만 우리가 인공지능에 대해 갖는 막연한 두려움을 잘 보여준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 일자리를 모두 빼앗길 것이라거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커져서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의 한 구석에는 이러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필자의 주변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개발되고 실제로 응용되는 현장을 살펴보면 이러한 우려는 과장된 기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통신을 전공한 전기공학부 선배 교수는 해커들의 공격 시도를 탐지하는 데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마케팅을 연구하는 경영대학 동료 교수는 영화 매출액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분석하는데 인공지능을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대형 로펌에서 근무하던 후배 변호사는 얼마 전 인공지능을 이용해 법률 자문을 하는 스타트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러한 시도들의 공통점은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새로운 발전을 가져오기 위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모든 영역에서 인공지능의 개척시대가 열린 모습이다.

필자는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은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인공지능 기술은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요긴하게 쓰일 수 있는 도구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훌륭한 목수는 좋은 연장을 쓰기 마련인데, 혁신을 꿈꾸는 이들에게 인공지능 기술은 좋은 연장이 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인공지능은 자연과학과 공학 분야를 넘어 경제학, 경영학, 사회과학, 심리학, 법학 등 여러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KAIST가 전공을 불문하고 신입생들에게 인공지능 과목을 이수하도록 적극 권장하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신입생이 앞으로 어떤 전공을 선택하고 무슨 연구를 하든지 간에 인공지능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취지이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인공지능 기술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보거나, IT 기업들의 전유물로 오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인공지능이 KAIST 신입생들에게 공통 과목이 된 것처럼, 모든 기업인들이 인공지능을 필수 과목으로 여기고 공부를 시작하면 좋겠다. 공부를 하다 보면 각종 관리 업무와 생산 공정을 개선하는데 인공지능을 활용할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다는 점에 놀라게 될 것이다. 2019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아 인공지능에 대한 오해를 극복하고 제대로 공부 한 번 해봐야겠다고 다짐해 보는 것을 그야말로 ‘강추’드린다.

김병필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

[출처: 중앙일보] [김병필의 인공지능 개척시대] 인공지능 혁신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