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윤태성 교수 – 기술은 어떻게 유명해지는가
2019.01.16
By.관리자
4차 산업혁명이라 해서 많은 기술이 소개되고 있다. 매일 어딘가의 미디어에 기술이 소개되고 어딘가에서는 기술 워크숍이 열린다. 인류가 이렇게 많은 기술을 마주한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우리 주변에 기술이 넘쳐난다. 기술 중에는 특별히 유명한 기술이 있다.
요즘 가장 유명한 기술이라면 단연 인공지능이다. 자율주행과 블록체인도 유명하다. 이에 비해 스마트팩토리에 필요한 자동 수송 로봇이나 센서는 별로 유명하지 않다. 어느 시대에나 유명하지 않은 기술이 훨씬 더 많다. 어떤 기술이 유명해지려면 `사건×사상×사람`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충족은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다. 어느 한 요소라도 제로가 되면 전체는 제로가 된다. 사건이란 이벤트나 사고처럼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 나타난 화제를 뜻한다.
인공지능을 예로 들자면,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은 구글이 의도적으로 조직한 이벤트다. 사상이란 기술이 세상에 던지는 질문을 뜻한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인 알파고는 과연 천재 이세돌의 지식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심각하다. 사람이란 생활감이나 당사자 의식을 뜻한다. 바둑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고 바둑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 인공지능이 내 생활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면 당사자 의식이 생기고 자연히 입소문이 늘어난다. 소문이 소문을 낳으면서 인공지능은 가장 유명한 기술이 되었다.
자율주행 역시 유명한 기술이다. 자율주행차가 사람을 다치게 하는 인신사고는 가끔 생기는 우연한 사고다. 이런 사고가 생길 때마다 자율주행차의 인신사고는 누가 책임을 지는가라는 질문이 등장한다. 많은 사람에게 심각한 주제다. 자동차는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도구이기 때문에 누구나 당사자가 된다. 기술이 던지는 질문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이는 곧 자율주행 기술을 유명하게 만드는 토양이 되었다.
블록체인도 마찬가지다. 비트코인을 선두로 가상화폐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는 사건을 많은 미디어에서 주요한 기사로 다뤘다. 일확천금의 기회가 있다는 기사에 투자가만이 아니라 일반인도 주목했다. 가상화폐는 기존 화폐제도를 대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나오고 다양한 배경의 논객이 나름의 논리를 주장했다. 돈에 관한 주제인 만큼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소문을 퍼 나르고 스스로 소문을 만들었다. 가상화폐 열풍 속에 블록체인은 유명한 기술이 되었다.
어떤 기술이 아무리 유명해져도 이를 유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했던 기술은 생명복제 기술이다. 어느 날 복제한 양이 나오고 이어서 복제한 개가 등장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생명복제가 윤리적인가라는 질문이 나오고 많은 사람은 당사자 의식을 가지고 기술을 바라봤다. 그러다 사건이 줄어들고 당사자 의식이 희박해지면서 기술은 점점 잊혀 갔다. 생명복제에 관한 사상은 여전히 심각한 질문을 던지고 있으나 이것 하나만으로는 기술이 유명해지기 어렵다. 사건, 사상, 사람의 세 요소를 동시에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명한 기술이 반드시 중요한 기술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기술이 유명해지면 그 기술을 보유한 회사에는 반드시 이익이 생긴다. 첫째, 해당 기술을 이용한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면 고객이 금방 알아채기 때문에 판매가 수월하다. 둘째, 기술 자체가 상품이 되어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들 수 있다. 셋째, 기술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주가 상승으로 이어져 기업 가치가 높아진다. 그러므로 기술을 보유한 회사라면 반드시 자신의 기술을 유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수많은 회사가 수많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널리 알려진 유명한 기술은 보기 드물다.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우리 회사가 이 세상에서 가장 먼저 시도하는 기술이 있다면 이게 바로 첨단기술이다. 첨단기술인 만큼 아무도 우리 기술을 몰라준다. 기술을 개발하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개발한 기술을 유명하게 만들려는 노력 역시 빠뜨리면 안 된다.
[윤태성 객원논설위원·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교수]
출처 바로가기 : http://opinion.mk.co.kr/view.php?year=2019&no=31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