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윤태성 교수 – 인공지능 기술 사업화의 성공조건
2019.04.03
By.관리자
`인공지능(AI)은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하여 인류의 미래를 크게 변화시킬 기술임에 틀림없다.` 이런 평가가 지배적이다 보니 기업으로서는 AI를 중시할 수밖에 없으며 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사업에 활용하고 싶다. 하지만 얼마를 투자해서 무엇을 얻고 싶은가에 대한 판단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아직은 아이디어를 시험하는 수준에 머무른 기업이 많다. AI에 관심은 많지만 사업 기회를 어떻게 만드는지 잘 모르겠다는 기업이 대다수다.
기업에서는 AI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불안감도 큰데 여기에는 인재 확보 문제도 한몫한다. AI 기술은 개발 역사에 비해 개발자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알파고 이후 순식간에 AI가 관심의 초점이 되면서 개발자 부족이 크게 부각되었다. 기업의 개발자 확보 경쟁은 치열하지만 이는 비단 AI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인재 확보는 기업 생존을 위한 가장 첫 번째 필수 항목이기 때문이다. 문제가 무엇인지 알면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AI 개발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대학에서는 AI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였으며 관련 수업에는 수강생이 넘쳐 난다. AI 대학원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개발자는 국가와 기업이 투자한 시간과 비용에 비례해서 늘어나기 마련이다.
기업에서 AI 개발자를 원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AI를 활용한 사업 기회의 확대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이용하여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드는 작업을 기술 사업화라고 한다. 하지만 기술이 있다고 해서 사업 기회가 저절로 생기지는 않는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기술 개발과 기술 사업화는 전혀 차원이 다른 영역이다.
AI 개발자는 어느 산업에서든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론과 기술을 중시한다. 이들은 특정 산업을 알지 못하며 경험이 부족하다. 그러므로 기술 사업화를 원한다면 개발자 외에도 특정 산업을 깊이 이해하는 경영자가 필요하다. 경영자는 현실적인 경험을 통해서 양성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 경험은 기술 사업화에 장점으로도 단점으로도 작용하지만 경영자 양성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경영자가 가진 경험은 개발자의 지식으로 보완하고 견제한다. 최신 AI 기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개발자와 특정 산업의 지식과 경험을 가진 경영자가 함께할 때 기술 사업화의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개발자와 경영자가 힘을 합하여 AI의 사업 기회를 만들 때에는 두 가지 힌트가 유효하다. 하나는 지식 사이클이다. 경영자가 경영목표를 제시하면 개발자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처리한다. 종류가 다양하고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는 작업이다. 이 작업을 통해서 경영자가 원하는 목적에 가장 적합한 최적해를 구한다. AI가 빛을 발하는 작업이며 개발자가 공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경영자는 최적해를 바탕으로 경영에 관한 의사 결정을 한다. 그 결과는 사업에 반영되어 성과를 만든다. 경영자는 새로운 경영목표를 제시하고 개발자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다. 사이클을 반복하면서 지식을 축적한다.
또 하나는 고객 관점이다. 여느 기술과 마찬가지로 AI의 사업 기회 역시 기술이 아니라 고객에게서 발견한다. AI 기술 자체를 제품으로 하는 기업도 있지만 기술을 활용하여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이 훨씬 더 많다. 마치 엔진 자체를 개발하는 기업보다 엔진을 구입해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이 훨씬 더 많은 현실과 같다. 그렇다면 고객이 불만을 느끼거나 불편해하는 곳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고객이 직접 할 수도 있지만 귀찮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곳이라면 반드시 사업 기회가 있다.
어떤 기술이라도 사업 기회로 연결되어야만 기업에 의미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AI 개발자 양성에 정책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사업 기회를 원한다면 AI 기술을 이해하는 경영자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 기술과 경영이 힘을 합해야만 인공지능의 사업 기회를 만들 수 있다. 기술과 경영은 동전의 양면과 같기 때문이다.
[윤태성 객원논설위원·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교수]
출처 바로가기 : http://opinion.mk.co.kr/view.php?year=2019&no=201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