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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윤태성 교수 – 갈비탕 한 그릇에 백만원

2019.05.07

By.관리자

서민이 가는 식당이라면 갈비탕 한 그릇에 1만원 정도 한다. 10만원이 넘는 갈비탕이라면 어느 식당에서 파는지 알기도 어렵다. 갈비탕 가격은 식당과 고객의 암묵적인 트레이드오프에 의해 정해진다. 식당 입장에서는 이만한 가격은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이 정도 가격이라면 납득할 수 있다고 동의한다. 식당의 주장과 고객의 동의는 일정한 범위 내에서 서로 밀고 당기는데 그 결과가 바로 메뉴판에 적힌 가격이다. 갈비탕 가격을 올리고 싶은 식당이라면 제품 혁신이라는 방법을 동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갈비탕에 사용하는 고기는 자연에서 방목해 키운 한우를 사용한다. 한우는 한약재를 섞은 자연식을 먹고 자란다. 스마트 농장에서는 인공지능을 적용해 한우 한 마리 한 마리에 적합한 최적의 사육 환경을 제공한다. 블록체인을 사용해 생산에서 소비까지 일관성을 담보한다. 최고 재료를 구입한 최고 요리사는 최고 시설에서 온갖 정성을 다 쏟아 갈비탕을 만든다.

이렇게 만든 갈비탕은 가격이 얼마나 할까. 서민의 관점에서는 아무리 상상을 해보아도 100만원을 넘기 어렵다. 제품 혁신만으로는 현재 가격의 100배를 주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만약 한 그릇에 100만원 하는 갈비탕을 팔고 싶은 식당이 있다면 서비스 혁신에 주목해야 한다. 서비스 혁신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던 가격을 가능하게 해준다. 예를 들어 아주 유명한 도자기에 갈비탕을 담아서 고객에게 제공한다. 식사가 끝나면 이 도자기를 깨끗하게 씻고 화려하게 포장해 고객에게 선물한다. 사실은 이 도자기 가격이 100만원이다. 갈비탕은 공짜다. 100만원 하는 갈비탕을 이해한다면 한 잔에 1000만원 하는 커피도 메뉴판에 올릴 수 있다. 커피 자체는 어느 카페에나 있는 그대로다. 커피 잔이 1000만원일 수도 있고 함께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유명인일 수도 있다는 점이 다르다.

서비스 혁신에 성공하려면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첫째, 고객에서 출발한다. 고객은 갈비탕 한 그릇을 주문할 때에도 명분이 있다. 만약 어느 식당의 갈비탕이 너무 맛있어서 주문했다면 맛집 탐방이라는 명분이 있다. 배가 고파서 식당에 갔지만 달리 주문할 만한 음식이 없어서 갈비탕을 주문했다면 고객은 배를 채운다는 명분이 있다. 아무 명분이 없으면 고객은 식당에 가지도 않고 갈비탕도 주문하지 않는다. 고객의 명분은 제품 자체가 아니라 그 제품을 사용해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이나 결과에 연관된다. 기업에서 제품이 얼마나 혁신적인지 주장해도 고객에게는 관심 밖의 일이다. 기업의 제품 혁신이 고객의 일상생활에 밀접하게 관련된다는 생각을 가진 고객은 많지 않다.

둘째, 사업모델을 뒤집어본다. 식당에서는 갈비탕을 팔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다는 발상을 버린다. 식당에서는 원하는 만큼 수입이 생기면 된다. 그 수입이 반드시 갈비탕의 대가일 필요는 없다. 기업이 얻는 수입과 파는 제품을 일대일로 짝짓지 않는다. 오히려 수입과 제품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는 방식이 좋다. 시장에서 상식적으로 통용되는 가격의 100분의 1로 낮추거나 100배로 올려본다. 제품이 전혀 판매되지 않는 비상사태를 상상하면서 가격을 무료로 해도 수입이 생기는 시나리오도 만들어본다.

셋째, 지식에 기반한다. 어느 식당에서 한 그릇에 100만원 하는 갈비탕을 판매했다면 이는 전설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 갈비탕의 무용담을 미용실에서도 치킨집에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형식지로 표현해야 한다. 지식의 축적과 활용은 개인의 경험이나 느낌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과학과 기술에 의해 발전을 거듭한다.

제품 혁신은 경쟁 기업들이 거의 비슷한 수준의 목표를 지향하기 쉽다.

이런 목표는 대개 고객이 상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다. 서비스 혁신은 고객이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초월한다. 갈비탕을 파는 식당이라고 해서 갈비탕에만 집중하면 서비스 혁신을 실행하기 어렵다. 갈비탕을 보면서 동시에 갈비탕을 보지 않아야 한다.

[윤태성 객원논설위원·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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