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윤태성 교수 – 기술개발이 실패하는 4가지 이유
2019.09.25
By.관리자
어느 기업이나 기술 개발에 열심이다. 기술 개발은 아이디어에서 시작하지만 성과는 제품의 형태로 나타난다. 기술 자체가 제품일 수 있고 기술을 이용한 인공물이 제품일 수도 있다. 기술을 이용한 서비스 역시 훌륭한 제품이다.
이 제품은 기업 내부에서만 사용할 수도 있고 외부로 판매할 수도 있다. 기업 내부에서만 사용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블랙박스 형태로 숨어버리기 때문에 경쟁 기업이 보아도 알기 어렵다. 특허나 논문으로 공개하지도 않는다. 기업 외부로 판매하는 제품은 기업의 매출 증가에 직접 도움을 준다. 기술 개발에 성공해서 제품을 완성하고 이 제품을 판매해서 매출을 만들면 기술 사업화에 성공했다고 말한다. 기술 개발은 필요한 도전이지만 결과는 항상 성공일 수 없으며 오히려 실패할 가능성이 더 높다. 몇 가지 요인만 무시해도 기술 개발에 실패할 수 있다. 첫째, 열 배 원칙을 무시한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 실험했더니 성공이라고 하자.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시험생산을 하고 그 결과가 좋으면 대량 생산에 착수한다.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나올 때까지는 몇 개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한 단계를 진행할 때마다 필요한 자원은 열 배로 늘어난다. 실험에서는 하나의 자원이 필요했다면 대량 생산에서는 백 개나 천 개의 자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열 배 원칙을 무시하면 자원을 감당할 수 없어서 도중에 포기할 수 있다.
둘째, 시간을 무시한다. 기술 개발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경쟁자와 비교해서 너무 앞선 기술이나 너무 늦은 기술은 개발의 명분이 약하다. 주변 기술 수준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개발 기간도 중요하다. 기업의 기술 개발은 아무리 길어도 3년을 넘으면 지속하기 힘들다.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면 산학 협력으로 진행한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오랫동안 개발에 매달리면 언젠가는 성공할지 모르지만 세상이 원하는 시기는 정해져 있다.
셋째, 협력을 무시한다. 기술 개발에는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구현하기 위한 기능 설계, 형상 설계, 소재 선정, 소재 구입, 가공 조립과 같은 다양한 작업이 필요하다. 모든 작업을 한 기업에서 감당할 수는 없기 때문에 당연히 타인의 협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희토류 소재가 반드시 필요하다면 이를 어떻게 구입하고 사용할지 협력 체계가 있어야 한다. 아무리 중요한 기술이고 절대 경쟁 기업에 알리고 싶지 않은 기술이라 하더라도 타인의 협력이 없으면 개발하기 어렵다. 글로벌 협력 체계가 필요하다.
넷째, 고객을 무시한다. 기술 개발에 성공해서 제품을 완성하면 이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이 있다. 기업 내부의 타 부서가 고객일 수도 있고 다른 기업이나 개인 소비자가 고객일 수도 있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예상하고 이를 개발에 반영하는 경우는 많다. 하지만 고객이 무엇을 원하지 않는지를 이해하고 개발에 반영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제품을 완성한 후에 고객이 직접 사용하면서 불만을 터뜨리면 이미 늦다. 제품을 완성하기 전에 고객의 불만을 반영해야 한다. 각종 규제나 법률을 근거로 인허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 역시 규제라는 관점을 개발에 반영해야 한다. 기술 개발에 성공한다고 해서 고객이 저절로 생기지는 않는다. 고객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찾아간다.
위에서 나열한 내용은 기술 개발에 실패하는 최소한의 요인이다. 이 외에도 실패로 향하는 많은 요인이 있다. 예를 들어 개발자를 무시하는 경우다. 개발자의 창의성을 무시하고 더 좋은 기술 개발을 위한 동기부여가 없을 수도 있다.
제품 사용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무시할 수도 있다. 제품의 안전성을 무시할 수도 있다. 어떤 기업이나 아이디어가 많지만 실제로 기술 개발에 성공하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기술 개발은 실패하기 참 쉬운 도전이다.
[윤태성 객원논설위원·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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