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거울보기 7년 (윤태성교수)
2012.11.12
By.관리자
[매경춘추] 거울보기 7년
거울을 오래 쳐다보면 남자는 `나도 이만하면…` 하면서 자신감을 가지게 되고, 여자는 `나는 왜 여기가…`라면서 상실감을 가진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거울 하면 떠오르는 모습은 왕비가 거울을 보면서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쁜지 물어보는 장면이다. 그러면 거울은 백설공주가 제일 예쁘다고 대답한다. 이에 질투심을 느낀 왕비는 독사과를 이용해 백설공주를 잠들게 한다.
나는 근무하던 도쿄대학을 사직하고 도쿄에서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을 창업한 적이 있다. 벤처기업은 모든 것이 어렵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점은 다른 사람에게 웃으면서 말을 건네는 것이었다.
그전까지는 남자는 아무 데서나 웃으면 죽는 줄 알았다. 침묵은 금이요 웅변은 은이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근무하면 웃지 않아도 일할 수 있다. 그래서 나중에는 웃으려고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나 벤처를 시작한 이상 이대로는 안 되었다. 회사에서 웃음은 훌륭한 경영자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거울을 보고 웃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한 다음에 소리 높여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3번 반복했다. 그리고 입을 최대한 크게 벌리고 소리 내어 웃었다. 이것이 나의 원래 모습이라고 생각하면서.
거울을 보면서 웃는 연습을 하고 나면 아침 일찍 출근하면서 누군가를 만나도 즉시 웃으면서 큰 소리로 인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연습을 7년간 했다. 지금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과거 내 모습보다는 웃음이 어울리는 표정이 되었다. 적어도 내 생각으로는.
백설공주를 읽으면서 생각한다. 만약 왕비가 거울을 보면서 스스로가 몇 년 후에 공주보다 예뻐져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왕비는 몸에 좋은 음식만 먹고 스트레스를 멀리하고 건강에 유념하며 항상 웃는 얼굴로 사람을 대한다. 그러면 몇 년 후에는 왕비가 세상에서 가장 예쁜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적어도 본인의 생각으로는.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한다. 그 떡잎을 스스로 만드는 곳이 거울이다. 면벽(面壁) 7년에 닫혀 있는 내 마음을 깨뜨리고 도를 깨우친다면 면경(面鏡) 7년에 굳어 있는 내 얼굴을 깨뜨리고 웃음을 찾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