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윤태성 교수 – 기업은 어떤 기술을 개발해야 하나
2019.10.30
By.관리자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려는 기업도 많고 개발 중인 기업도 많다.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살아남기 위해서다. 기업은 끊임없이 기술을 개발하지만 시장에 내놓을 만한 기술은 그리 많지 않다.
개발에 실패하거나 도중에 포기하는 기술이 훨씬 더 많다. 오랜 시간과 많은 자원을 들여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에 내놓더라도 그곳에는 이미 지배적인 기술이 있다. 유사한 기술도 있고 잠재력을 가진 생소한 기술도 있다. 기업이 개발한 기술은 이들과 경쟁해야 한다. 시장은 기술이 제공하는 능력만으로 그 기술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기술을 개발한 기업의 신뢰와 고객의 선호 역시 중요한 기준이다. 시장이 선택하는 기술은 반드시 그 시대에 가장 앞선 기술은 아니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고객이 필요로 하는 바로 그 시점에 적정한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다면 시장에서 선택받을 가능성이 높다. 시장이 선택하는 기술은 대개 한 가지이며 이 기술은 일정 기간 시장을 지배한다. 기술을 개발한 기업은 그에 걸맞은 보상을 받는다. 매출이 증가하거나 시장 지배력이 커진다. 시장이 선택한 기술이라고 해도 수명은 그리 길지 않다. 기업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다시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시장에 진입하려는 기술은 많지만 대부분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기술개발은 끝이 없는 무한게임과 같다. 개발에 성공하고 시장에서 선택받아 한 시대를 지배한 기술은 승리자가 되어 게임의 룰을 바꾸어 버린다. 이 기술에 이어지는 다음 기술의 방향은 승리자가 정한다. 파괴적 기술혁신은 흔하지 않으며 완전히 생소한 기술로 도전하기에는 너무 벅찬 게임이다. 원론적으로 생각하면 기술개발이라는 무한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 기업은 다양한 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어느 기술이 개발에 성공할지 모르고 시장의 선택을 받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현실은 다르다. 한 기업이 다양한 기술을 개발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특정한 기술을 선택해서 개발한다. 이는 시장이 아니라 기업의 선택이다. 시장의 선택과는 다를 가능성이 크다. 기업의 기술개발은 리스크가 매우 큰 도전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떤 기술을 개발해야 하나? 기업이 세우는 기술개발 전략에 사용할 수 있는 한 가지 프레임을 제안한다. 기술을 `만도항가`로 구분해 `만-항, 만-가, 도-항, 도-가`에 주목하는 방식이다. 기술의 특징을 문장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이 기술만 항상 할 수 있다. 이 기술만 가끔 할 수 있다. 이 기술도 항상 할 수 있다. 이 기술도 가끔 할 수 있다." 어떤 기술이라도 만도항가로 구분할 수 있다. 기업이 개발하려는 기술이 어디에 해당하는지 정해야 한다.
만약 기업이 정한 목표가 `이 기술만 항상 할 수 있다`면 기술의 기능과 능력은 뛰어나다. 기업의 신뢰도를 높이고 고객이 좋아할 수 있게끔 노력한다면 시장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 기술만 가끔 할 수 있다`면 어느 기술과 경쟁하려는지 상세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쟁기술보다 우수한 바로 그 기능 때문에 시장에서 선택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기술도 항상 할 수 있다`면 경쟁기술에 비해 어떤 점이 유리한지 강조해야 한다. 부피가 작거나 무게가 가볍다는 식의 조건이 필요하다.
`이 기술도 가끔 할 수 있다`가 목표라면 경쟁기술보다 기능이 우수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가격이 매우 저렴하고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는 식의 조건이 필요하다.
시장의 변화가 복잡하고 기술개발 속도가 빠른 시대다. 기술개발에 필요한 장기 예측이 점점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경영자와 개발자는 한번쯤 생각해 보자. 우리 기술은 만도항가의 어디에 해당하는가?
[윤태성 객원논설위원·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교수]
출처 바로가기 :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19/10/886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