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윤태성 교수 – 원격근무가 대세라면
2020.04.22
By.관리자
세상이 멈추고 경제 생태계가 마비되었다. 모든 기업이 위기라고 말한다. 위기에는 반드시 끝이 있고 어떤 형태로든 수습된다.
하지만 세상만사에 공짜는 없다.기업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원격근무 역시 노력의 일환이다. 사원이 자택에서든 출장지에서든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여 일정 수준 성과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장단점도 분명하다. 지금까지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아무나 실행하지는 않았다. 이런 원격근무가 하루아침에 일상이 되었다.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 도약을 위한 출발점으로 활용해야 한다. 모든 일에는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다. 원격근무는 뜀틀 넘기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달려가서 뜀틀을 넘는 운동은 누구에게나 있는 학창 시절의 경험이다. 학생은 빠르게 달려가서 몸을 움츠리고 힘차게 구름판을 밟는다. 구름판의 탄성을 이용해서 몸을 크게 열면서 뛰어넘는다. 위로 올라가는 행동은 중력을 거스르기 때문에 상당한 위화감을 느낀다. 처음에는 두려워하던 학생이 하나씩 단을 높여도 뛰어넘을 수 있는 비결은 반복에 있다. 수없는 반복을 통해 학생은 뜀틀 넘기란 무엇인지 이해한다. 가장 깊이 내려간 지점이 바로 도약의 출발점이라는 교훈을 얻는다. 몸을 움츠렸다가 멀리 뛰어가는 개구리를 보면서 본질이 같다고 깨닫는다. 형식이 가진 의미를 이해하고 본질을 깨달으면 그때는 자신에게 적합한 형식으로 수정한다. 새로운 형식을 반복하면 새로운 본질을 깨닫는다. 형식, 반복, 본질이 끝없이 연결되는 사이클은 원격근무에도 적합하다.
첫째, 형식을 정한다. 처음에 정하는 형식은 너무 엄격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조례하기로 정하는 정도로 충분하다.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모든 사원이 온라인에 접속한다. 이 자리에서 사원은 오늘 실시할 업무를 확인하고 성적을 미리 매긴다. 물론 만점을 준다. 업무를 완수한 후에 성과를 평가하고 성적을 주는 게 아니다. 받고 싶은 성적을 먼저 자신에게 주고 이에 어울리게 업무를 수행한다. 성적을 엉터리로 주거나 너무 높게 주는 날도 있지만 사원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미래를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계기가 된다.
둘째, 형식을 반복한다. 형식을 정했으면 정한 대로 한다. 조례하기로 정했으면 예외 없이 매일 정해진 시간에 반복한다. 형식을 정하기는 쉽지만 철저하게 반복하기는 어렵다. 원격근무에서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가장 먼저 살펴야 할 부분이 바로 반복 여부다. 형식은 있으나 지키지 않는다면 도약은 여기서 멈춘다. 형식이 잘못되었다고 비난할 필요는 없다. 형식은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이다. 다만 변하는 시점이 정해져 있다. 본질을 발견한 다음이다.
셋째, 본질을 발견한다. 사원이 수행하는 모든 업무는 근원적으로 두 가지 중에서 하나를 지향해야 한다. 매출 증가 혹은 원가 절감이다. 업무의 본질을 발견한 사원에게는 지향점에서 벗어난 부분이 보인다. 그러면 원격근무의 형식을 수정한다. 모든 사원은 새로운 형식을 반복하면서 한 차원 높은 수준에서 업무를 수행한다. 예를 들어 업무 자동화도 있다. 단순 반복 업무는 가능한 한 자동화해야 하지만 처음부터 범위를 명확하게 정의하기는 어렵다. 형식을 반복하면서 정형화된 방법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업무를 구분하고 하나씩 자동화한다.자동화하기 어려우며 비정기적이고 불규칙한 업무는 사원이 수행한다. 모든 업무와 성과는 디지털로 전환되어 축적된다.
원격근무는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노력에 불과하지만 얼마든지 새로운 도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뜀틀 넘기를 처음 대했을 때 느꼈던 위화감과 단을 하나씩 올리면서 뛰어넘었을 때의 성취감을 기억하자. 어떤 상황에서나 열과 성을 다하는 기업은 쉽게 죽지 않는다.
[윤태성 객원논설위원·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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