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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에 경영을 더하면 새로운 가치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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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윤태성 교수 – [인사이드칼럼] 국가는 거들 뿐

2020.10.07

By.관리자

코로나 바이러스는 경제가 생각보다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고 만나고 싶어도 만나지 못하는 일상이 계속되면서 거의 모든 산업이 영향을 받고 있다. 하루아침에 원격교육과 재택근무가 상식이 되고 마스크를 하지 않으면 버스나 지하철도 타지 못하는 세상이 됐다. 다른 변화도 있다. 국내에서 개발되고 있는 진단키트, 치료제, 백신 기술에 관심이 생기고 주의 깊게 듣고 있다.

생각해보면 대단하다. 바이오에 더해서 반도체, 스마트폰, 자동차, 원자력발전소, 항공기, 조선 기술도 흔하게 듣는다. 이런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제조할 수 있는 국가는 흔치 않다. 대단하다는 감탄은 올해 경제성장률에서 더욱 커진다. 우리나라는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3.3%를 기록했지만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로나 이후에 빠른 경제 회복을 기대하는 국가로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 일본, 독일, 미국이 있다. 모두 기술과 제조업을 동시에 보유한 국가다. 우리나라는 기술입국을 기치로 내걸고 경제성장을 이룩한 대표적인 국가다. 먹고살기 위해 기술을 개발하고 제조업에 투자했다. 국가가 주도하고 기업이 따라가며 개인은 과실을 즐기는 방식이었다. 그 결과는 찬란하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고속성장을 했다.

어느 틈엔가 기술입국은 빛이 바래고 과거의 유물처럼 취급받으며 관심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시대는 다시 바뀌었다. 지금이야말로 기술입국이 새로운 출발점에 서야 할 시점이다. 다만 실현하는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 개인이 주도하고 기업이 실현하며 국가는 받침이 돼야 한다. 개인의 창의력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기업이 중심이 돼 실현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과정을 제대로 이어가려면 명분이 필요하다. 전기기술은 인류를 어둠에서 해방했고 인터넷 기술은 인류에게 정보 민주화를 제공했다. 자율주행 기술은 인류를 사고에서 해방하겠다는 명분을 내건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인류에게 좋은 일이라는 명분이 있어야 성공한다. 명분이 클수록 동력은 커진다.

가장 강력한 자원은 개인이다. 세상을 바꾼 어떠한 기술도 근원을 살펴보면 모두 개인의 창의력에서 시작됐다. 개인은 기술의 씨앗을 만든다. 씨앗은 미래에 큰 나무가 될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씨앗을 키우고 성장시켜서 큰 나무로 만들어야 과실을 맺는다. 이런 역할은 기업이 한다. 기업은 기술을 사용해서 상품을 개발하고 시장을 향한다. 기업은 일방적으로 가치를 제안하지 않는다. 손에 잡히는 가치를 기업과 고객이 함께 만들어 간다. 처음에는 기술 수준이 높지 않아도 기업과 함께 노력한 고객은 이를 감내하고 사용한다. 무선통신은 유선통신에 비해 통신 속도가 늦었지만 많은 고객이 사용하면서 지금은 고속열차 안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수준이 됐다. 현금 대신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고객은 앞으로는 블록체인에 기반한 암호화폐를 사용할 수도 있다. 상품이 널리 보급되고 시장이 확장되면 비로소 세상은 기술을 새로운 상식으로 받아들인다.

국가는 다양한 방법으로 개인과 기업을 지원한다. 개인이 기술을 발명하면 쉽게 특허 출원할 수 있도록 수수료 면제와 감면 범위를 늘리거나 비용을 융자해주는 방법도 가능하다. 기업이 기술을 사용해 상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를 정리해 공유할 수도 있다. 개인과 기업이 원하지 않으면 국가는 일절 나서지 않겠다는 용기도 필요하다.

개인이 창의력을 발휘하고 기업이 중심이 되는 국가는 어떤 경제 위기가 닥쳐도 극복할 수 있다. 기술입국은 지금 새롭게 시작해야 할 가장 현실적인 노력이다.

[윤태성 객원논설위원·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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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0/08/8505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