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브라보 불평등주의(윤태성교수)
2012.12.06
By.관리자
[매경춘추] 브라보 불평등주의
일인석에 앉아서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느끼지 못하겠지만 혼자서 기차나 비행기를 타면 옆자리에 누가 앉을지 신경이 쓰인다. 밀폐된 공간에 나란히 앉아서 얼마 동안 함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이라면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아도 참을 수가 있다. 그런데 미국이나 유럽으로 가는 비행기라면 10시간 이상 나란히 앉아 있어야 한다. `전생에 무슨 인연이 있길래 이렇게 함께 앉아 가는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실제로는 오랜 시간 함께 나란히 앉아 있어도 옆자리의 사람과 아무런 대화를 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자리에 앉을 때부터 비행기에서 내릴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런 때면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 두 사람 사이에 있는 공동의 공간이다. 오랜 시간 나란히 앉아 있지만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두 사람 사이의 공간은 실로 미묘하다. 만약 서로가 신경을 써서 상대를 배려하고 공간을 양보한다는 마음을 가지면 편하다. 그런데 만약 이 공간을 어느 한 사람이 독점하게 되면 두 사람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진다. 옆자리의 사람과 조금만 대화를 나누면 의식조차 할 수 없는 이 조그만 공간이, 침묵하는 동안에는 무거운 벽이 되어 신경전의 전쟁터가 된다.
평등주의라고 하면서 책임과 권리를 평등하게 나누자고 하는 사고방식이 있다. 두 사람이 함께 일을 한다면 책임과 권리를 각자 50%씩 나누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사실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스스로에게는 관대하지만 남에게는 엄격해지는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내 책임은 50%를 넘으면서 권리는 50%가 안 된다고 생각하면 상대방을 비난하기 쉽다. 그러다 보면 나는 모든 걸 책임지면서도 권리는 하나도 없다고 불만을 터트리게 된다. 문제는 두 사람 모두 상대방에 대해 그렇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협력할 때에는 불평등주의로 하는 게 좋다. 나의 책임은 50%라고 쓰고 51%라고 해석한다. 나의 권리는 50%라고 쓰고 49%라고 해석한다. 만약 함께 일하려고 하는 사람과 절대로 이런 해석을 할 수 없다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는 게 좋을 것이다. 결론은 이렇다. 앞으로 혼자서 기차나 비행기를 타실 때에는 공동의 공간은 과감하게 옆 사람에게 양보합시다. 왜? 나는 날씬하니까(49%니까).
[윤태성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