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서비스 혁신 (윤태성교수)
2012.12.08
By.관리자
[기고]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서비스 혁신
영국 경제학자인 콜린 클라크는 1940년에 출판된 저서 `경제발전의 제 조건`에서 산업을 1차, 2차, 3차 산업으로 분류했다. 1차 산업은 생산활동이 자연환경과 직접 연관된 산업이며, 2차 산업은 1차 산업의 성과를 가공하는 산업이다. 3차 산업은 1차, 2차 산업의 생산물을 소비하거나 축적하는 산업이다. 3차 산업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서비스업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경제 환경이 변화하면서 거의 모든 산업을 3차 산업으로 분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3차 산업을 다시 재분류하게 되었는데 1차, 2차, 3차 산업에 더해 4차 산업과 5차 산업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4차 산업은 정보나 교육 등 지식 서비스 산업이며 5차 산업은 오락과 패션 등이 포함된다. 최근에는 6차 산업이라는 분류도 있다.
예를 들어 1차 산업인 어업, 2차 산업인 해산물 가공, 3차 산업인 식당을 모두 한 주체가 실현하는 것이다. 이 경우 각 산업이 적절하게 융합해야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1차×2차×3차=6차 산업이라고 한다.
그런데 3차 산업이 아니라 1차 산업에서 5차 산업까지 융합할 수 있다면 어떨까? 1차×2차×3차×4차×5차=120차 산업이 된다. 즉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산업 분류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산업의 분류가 다양해질 수 있다. 120차 산업은 3차 산업의 40배이며 5차 산업의 24배이다.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6차 산업의 20배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120차 산업을 만들 수 있을까이다.
그 해답은 서비스 혁신에 있다. 서비스 혁신이란 각 산업 간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내는 활동이다. 그러나 이 활동의 관점은 기능이 아니라 서비스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제조업에서 생산하던 제품은 더 이상 제품 기능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제품의 기능과 함께 정보를 제공하며 오락을 제공하는 패션 아이템이 된다.
이를 위해 제조업체의 연구개발(R&D)은 제품과 공정의 개발(R&PD)만이 아니라 서비스 개발(R&SD)을 포함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문화개발(R&CD)을 지향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실현하는 활동이 서비스 혁신이다.
서비스 혁신을 위해서는 세 가지 접근방법이 유효하다. 비즈니스 모델링, 지식 창조, 고객과의 공동 가치 창조다. 비즈니스 모델링은 무료, 공유, 협업 같은 최근의 경향을 반영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는 것이다. 지식 창조는 형식지, 암묵지, 지식 비즈니스 같은 지식시대의 화두를 구현하는 것이다. 이런 모든 작업은 고객과 함께 진행한다. 이를 위해서는 진정한 고객은 누구인지, 고객은 무엇을 원하는지와 원하지 않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경제학자 슘페터는 1942년에 출판된 저서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에서 창조적 파괴라는 개념을 설명했다. 창조적 파괴란 과거의 것을 극복하고 새로운 창조를 이루어 내는 것이며 이것이 혁신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산업 분류를 파괴하고 전혀 새로운 120차 산업을 창조하려면 먼저 기업가(起業家)정신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작금의 대통령 선거와 정책공약을 보면서 우려한다. 각 진영에 기업가정신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라는 용어가 난무하지만 그 실현을 위한 서비스 혁신의 구체적인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창조적 파괴를 통한 서비스 혁신이다. 각 산업에서 서비스 혁신이 일상화되고 각 산업이 융합할 때 120차 산업이 현실이 되고 그 결과 경제민주화가 실현된다. 경제민주화는 서비스 혁신의 결과물이지 단순한 제도나 구호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윤태성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