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요약, 선택과 집중 (윤태성교수)
2012.12.25
By.관리자
[매경춘추] 요약, 선택과 집중
이전에는 학교에서 가정방문을 하였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자택 약도를 그리라고 하였다. 그러면 학생들은 생각한다. "큰길에서 골목길을 왼쪽으로 돌아서 올라가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돌아서…." 그러나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장소인데도 종이 위에 그리는 것은 쉽지 않다. 만약 큰길을 중심으로 그리면 전체는 알기가 쉽다. 그렇지만 골목길처럼 구체적인 장소를 표현하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자택 주변을 상세하게 그리면 약도를 보는 사람은 도대체 어디에 붙어 있는 동네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여백은 한정되어 있다. 어떻게 그릴지 미리 생각하지 않고 약도를 그리기 시작하면 어느 틈엔가 여백은 꽉 차지만 정작 내가 알고 있는 장소는 전혀 그리지 못한다. 그래서 논리적인 사람은 큰길을 중심으로 요약한 다음에 자택 주변만 선택해서 상세하게 그린다.
외부에서 강연 의뢰가 들어올 때 가끔은 대학에서 한 학기 동안 강의하는 주제를 한 시간에 설명해달라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생각한다. 강연내용을 어떻게 구성할까. 전체를 요약할까 아니면 몇 부분만 선택할까. 제대로 요약하면 아무리 커다란 주제라도 전체의 윤곽을 이해할 수 있다. 혹은 수강생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을 제대로 선택하면 한두 가지라도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다. 그래서 요약과 선택은 둘 다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다.
필자는 한 학기 강의주제를 한 시간에 강연할 때에는 가급적 사진이나 그림 자료를 넉넉하게 준비한다. 그 대신 문장은 절제한다. 강연에서는 수강생들 반응에 따라서 자료를 건너뛰면서 전체를 요약한다. 그리고 반응이 좋은 일부 내용을 선택해서 자세하게 설명한다.
요약과 선택. 개인만이 아니라 기업에서도 자주 만나는 문제다. 대부분의 기업은 선택해서 집중하는 전략을 선호한다. 어차피 경영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선택하지 않을 수도 없다. 그러나 선택에 앞서서 요약이 있어야 한다. 기업이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영역을 전체적으로 조감할 수 있어야만 요약이 가능하다. 요약을 하면 다양한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 스토리는 어떻게 비즈니스할 것인가에 관한 개념도다. 스토리가 바뀌면 비즈니스 모델이 바뀌고 그 결과 선택하고 집중하는 부분이 바뀐다. 요약! 그리고 나서 선택과 집중이다.
[윤태성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http://news.mk.co.kr/column/view.php?sc=30500005&cm=%B8%C5%B0%E6%C3%E1%C3%DF&year=2012&no=847710&selFlag=&relatedcode=&wonNo=&s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