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인생의 키워드 (윤태성교수)
2012.12.31
By.관리자
[매경춘추] 인생의 키워드
필자는 수업시간에 가끔 오디션을 한다. 3분 스피치 발표자 오디션이다. 발표자 숫자는 미리 정한다. 발표는 자발적으로 하는데 대부분 발표하고 싶은 학생이 정해놓은 숫자보다 많다. 그러면 전원 앞으로 나오게 해서 한 사람씩 자신이 발표하고 싶은 내용의 키워드 3개를 말하도록 한다. 키워드를 들은 방청객은 3분 스피치를 듣고 싶으면 손을 든다.
손을 많이 든 순서대로 발표자가 정해지기 때문에 키워드 선택을 잘못하면 발표할 기회가 오지 않는다. 방청객 지지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발표하고 싶었던 내용이 좋은지 어떤지는 다른 사람은 모른다. 듣지 못했기 때문에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발표하고 싶은 학생들은 방청객을 매료시킬 키워드를 궁리하게 된다.
학회에서 논문을 발표할 때도 먼저 키워드 몇 개와 간단한 요약을 보내는 경우가 있다. 그 내용을 보고 정식논문을 제출할지 결정하기 때문이다. 키워드 선택과 요약을 잘못하면 심사위원은 논문 제출과 발표를 거절할 수 있다. 아무리 연구내용이 좋더라도 발표할 기회가 없어진다. 그런 의미에서는 얼굴도 일종의 키워드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얼굴을 보고 상대방을 짐작하기 때문이다. 머리가 좋다거나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도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웃는 얼굴이 중요하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책으로 쓰면 소설이 몇 권 나올 거라고 한다. 그만큼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왔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소설 몇 권 분량을 며칠 밤을 새워가면서 들어줄 사람도 없다. 그럴 때는 지금까지 나의 인생을 나타내는 키워드를 10개 생각해보자. 그 후에 키워드를 5개로 줄이고 마지막에는 키워드 하나만 남긴다. 이 키워드야말로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인생이다.
이 작업이 끝나면 지금부터 내가 살아가고 싶은 인생을 키워드 하나로 만들어보자. 그 후에 키워드를 5개로 늘리고 다시 10개로 늘린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면서 생각하는 키워드는 다르기 쉽다. 그렇지만 살아온 인생과 살아갈 인생을 각각 키워드로 나타내면 내 인생의 경로를 나 스스로에게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다. 왜 보여주느냐고? 내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나니까. 주인공이 헷갈리면 안 되니까.
[윤태성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