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중견기업 위한 `클레이머` 양성 (윤태성교수)
2013.02.12
By.관리자
[기고] 중견기업 위한 `클레이머` 양성
우리나라에는 현재 1400여 개 중견기업이 있다. 대한상의에서는 2015년까지 중견기업 수를 2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중견기업이 우리나라 경제의 튼튼한 허리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미 정부에서는 중견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종합육성정책을 마련하고 지식경제부에 중견기업국을 신설했다. 참 좋은 일이다. 몇 개 대기업에만 의존하는 경제구조는 국가적으로 너무 큰 리스크가 된다.
만약 대기업이 경영에 실패하면 그 엄청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그래서 중견기업이 많아지면 우리나라 산업구조도 안정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 우리가 독일과 일본의 많은 히든 챔피언과 강소기업을 부러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견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도 필요하고 응원도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중견기업이 스스로 맷집을 키우는 것이다. 중견기업의 맷집이란 비즈니스 규모가 확장하면서 예기치 못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이에 굴하지 않고 비즈니스를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갈 수 있는 조직으로서 능력을 말한다. 맷집을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넘어지고 두드려 맞는 훈련이 필요하다. 링크에서 연습하면서 절대 넘어지지 않는 김연아 선수를 상상할 수 있을까? 연습하면서 수천 번 넘어졌기 때문에 큰 경기에서는 넘어지지 않고 환상적인 연기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복서는 먼저 맞는 연습을 하고 유도선수는 먼저 넘어지는 연습을 한다. 어린아이는 먼저 각종 병에 걸리는 연습을 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체계적으로 예방주사를 맞으면서 실제로는 큰 병을 피하는 것이다.
중견기업이 맷집을 키우기 위해서는 예방주사가 필요하다. 그 예방주사는 체계적으로 양성된 `클레이머(claimer)`에 의한 예기치 못한 클레임이다. 이는 해커를 체계적으로 양성함으로써 정보산업의 맷집을 키우려는 전략과 비슷하다. 기업이 예방주사를 맞는다는 것은 거래처나 고객이 전혀 예기치 못했던 클레임을 거는 상황을 예상하고 이에 대처하는 활동을 통해 기업 체질을 강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클레이머는 기업이나 상품에 각종 불만을 나타내고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하는 사람이다. 대가에는 금전에 의한 보상, 공개적인 사과, 제품 개선 요구 등 다양한 수준이 있다. 중견기업에서는 이런 클레임에 대처하는 과정을 통해 더욱 완벽한 제품을 생산하고 더욱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클레이머가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클레임을 걸면 중견기업은 세계를 상대로 비즈니스를 전개할 수 있는 맷집이 생기게 된다.
이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10만 클레이머 양성 과정을 시급히 개설해야 한다. 클레이머 육성에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내용이 필요하다. 육성 과정은 공학, 심리학, 경영학, 법학, 의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를 융합한 실천적인 내용으로 구성돼야 한다. 또한 현실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산ㆍ학 협력으로 진행해야 한다. 양성 과정을 통해 전략적으로 양성된 클레이머는 중견기업과 그들이 생산하는 제품을 대상으로 각종 클레임을 체계적으로 건다. 중견기업에서는 이러한 클레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성실하고 신속하게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 결과는 세계에 통용되는 제품과 서비스 형태가 될 것이다.
클레임 종류에 따라서는 기업만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정부는 그때 나서야 한다. 클레이머를 체계적으로 양성해서 중견기업 맷집을 키우는 전략은 중견기업이 고객에게 완벽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하는 최단코스 처방이다.
[윤태성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http://news.mk.co.kr/column/view.php?sc=30500008&cm=%BB%E7%BF%DC%C4%AE%B7%B3&year=2013&no=101732&relatedcode=&wonNo=&s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