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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윤태성교수-서비스 경제 위한 `여백의 미학`

0214.01.09

By.관리자

[글로벌포커스] 서비스 경제 위한 `여백의 미학`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올해 최대 국정과제로 내수 활성화를 꼽으며 서비스 산업 육성 의지를 천명했다. 이른바 서비스 경제는 제조업과 다른 마인드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창조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적 여건이 중요하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 중에는 사원의 창조력을 제품으로 형상화하고 사업화로 연결하기 위해서 근무시간 일부를 개인이 자유롭게 사용하게 한 사례가 많다. HP는 근무시간 중 10%를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했다. 모든 기술자들은 금요일 오후는 평소에 자신이 생각하던 아이디어를 형상화하기 위해서 시간을 사용했다. 3M에서는 15%룰을 적용해 근무시간 중에 자유롭게 아이

디어를 생성하고 구현하도록 했다. 도시바는 연구 예산과 인원 20%를 가능성을 모색하는 언더 더 테이블 연구에 사용했다.

야후는 핵데이를 통해서 24시간 이내에 무엇인가를 창조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게 하였다. 구글은 20%룰을 도입했는데 현재 사업화한 기능 중 절반 이상이 여기에서 탄생했다. 이들 기업은 사원의 창조력을 자극하여 제품으로 형상화하기 위한 환경을 제공하였으며 그 결과 세계 시장을 리드하는 선구자가 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들 기업에서 10%룰이 사실상 거의 사라져 없어졌다고 한다. 이유는 첫째, 기업이 필요로 하는 핵심 역량이 변했기 때문이다. 10%룰을 왕성하게 도입하는 시기는 기업 초창기에 아직 시장에 안착한 제품이 없을 때다. 성숙한 시장에서 안정된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면 창조적인 아이디어보다 안정적인 운영에 중점을 두게 된다. 그러다 보니 근무시간 외 10%룰을 적용하는 기업이 생겨난다. 근무시간에는 주어진 업무에만 집중하고 창조력은 근무시간이 아닌 시간에 발휘하라는 것이다. 둘째, 사원이 창조한 아이디어에 대한 사업화 비율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만약 사원 수만 명이 모두 아이디어를 낸다면 이 중에서 제품으로 개발되거나 사업화에 성공하는 비율은 거의 제로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다 보면 사원 아이디어를 평가하는 기준도 매출이나 이익률과 같은 재무적 판단에만 의존하게 된다. 단지 재미있을 것 같다는 평가는 사라진다.


 

셋째, 상상력을 받아들일 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아마 이것이 가장 근본적인 이유일 것이다. 현실과 동떨어지기 때문에 상상이라고 한다. 그래서 기업에서는 상상은 그 자체만으로는 비즈니스에 사용할 곳이 없다.

상상을 제품으로 형상화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쓸모없는 것이 많이 생성된다. 공업화 경제에서는 우선 용도를 따진다. 그래서 더 많은 기능을 개발하고 더 많은 유용성을 찾아내기 위해서 노력하였다. 유용성은 많을수록 좋다.

그런데 유용성을 너무 추구하다 보면 용도는 늘어나는데 오히려 가격은 떨어지고 결국 무료가 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제품이 시장에 넘쳐나다 보니 진부해진 결과다. 용도에 집착해서 공업화 경제에 성공한 기업일수록 쓸모가 없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러나 쓸모없는 것은 쓸모가 없다는 것이 용도다. 무용지용(無用之用)이다.

무용지용은 서비스 경제의 첫걸음이다. 사실 사람들이 가지고 싶어하는 것을 용도라는 관점에서 보면 쓸모가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많은 사람이 걸작이라고 평가하는 건축물에는 용도가 없는 공간이 많으며 명화에는 여백이 많다. 감탄을 금치 못하는 제품일수록 반드시 필요한 기능보다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기능이 훨씬 많다.

그런데 쓸모없는 기능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만족감을 준다. 서비스 경제에서 큰 성과를 내려면 여백의 미학, 무용지용 철학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윤태성 KAIST 기술경영학과 교수]

<출처>매일경제
http://news.mk.co.kr/column/view.php?sc=30500008&cm=%BB%E7%BF%DC%C4%AE%B7%B3&year=2014&no=27758&relatedcode=&wonNo=&s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