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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윤태성교수-참사 막는 안전지식의 구조화

2014.04.22

By.관리자

[글로벌포커스] 참사 막는 안전지식의 구조화

수백 명이 탑승한 여객선 침몰이라는 너무나 큰 사고가 발생했다. 안타깝고 무고한 희생자를 생각해서라도 이번 사고를 안전사회로 나아가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과거에는 사고가 일어나면 한 사람의 전문가가 앞장서서 나를 따르라고 하였다. 전문가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총동원해서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나 요즘 일어나는 사고에서는 문제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신속하게 해결방법을 제시하는 전문가가 거의 없다. 전문가에게만 기대하기에는 상황변수가 다양해지면서 문제의 범위가 너무 커지고 관계가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전문가가 가진 지식은 다각적이고 광범위해진 문제의 크기에 비해서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또 대부분의 사고는 여러 가지 원인이 겹쳐서 일어난다. 한 분야의 전문가라 하더라도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고가 발생하면 일단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초기 대응에 시간을 끌게 된다.


 

처음부터 대형사고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미숙한 대응과정을 통해서 결과적으로 대형사고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소수의 전문가에게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많은 사람들이 지식을 공유하고 해결방법을 찾는 집단지성을 통해 해결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여기에 참고할 만한 것이 일본의 안전지식 구조화 사례다. 도쿄대학과 쓰쿠바대학을 포함한 주요 대학에서는 연구와 교육에 필요한 안전지식을 공동으로 구조화해서 공유한다. 지식을 구조화한다는 것은 지식을 수집하고 지식 사이에 관련을 짓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사고사례, 응급조치, 관련 법규 등 모든 대학에 공통으로 필요한 내용이 포함된다. 사고사례로는 실제로 일어난 사고는 물론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자칫 대형참사로 이어질 뻔한 경우도 포함한다.

피난경로나 자동제세동기와 같은 응급장비의 설치 장소 등 각 대학에만 해당하는 내용은 독자적으로 구조화한다.

물론 각 대학에는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연구조직이 있고 전문가도 있다. 그러나 대학들이 서로가 가진 지식을 합하여 공동의 안전지식으로 구조화하고 이를 모든 구성원이 공유하는 것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첫째,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각 대학의 전문가는 구조화된 안전지식을 기반으로 이용해서 각 대학에 고유한 문제를 파악하고 안전사고를 예상하며 안전훈련을 실시한다.

둘째, 만약 사고가 발생하면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하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막상 자신이 사고를 당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머릿속이 하얗게 되고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때에 간단한 조작만으로 사고대응방법을 찾아서 실행하고 피난경로를 확보한다. 긴급연락도 자동으로 실행된다. 사고를 수습한 후에는 원인과 대책을 분석해서 새로운 안전지식으로 구조화하고 공유한다. 안전지식을 구조화하기 위한 첫 작업은 모든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다.

사고는 유사한 패턴으로 반복되기 때문에 사고사례나 실패사례는 중요한 교훈이 된다. 그러므로 이번 여객선 사고의 원인과 결과는 물론 대응과정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빠짐없이 수집하고 보존해야 한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안전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정보를 추출하고 유사한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지식을 구조화해야 한다. 안전지식은 한 업종 내에서 구조화된 후에 다른 업종에서 구조화된 안전지식과 관련을 짓고 더 넓은 범위의 안전지식으로 구조화된다. 그리고 지역이나 국가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지식기반으로 공개돼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윤태성 카이스트 기술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