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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윤태성교수-불황 이겨낸 日 소도시 음식마케팅

2014.05.28

By.관리자

[글로벌포커스] 불황 이겨낸 日 소도시 음식마케팅

일본의 많은 지방 소도시에는 그곳만의 유명한 B급 음식이 있다. 예를 들어 라면, 아이스크림, 만두, 어묵, 덮밥, 국수 같은 것들이다. 이는 그 지방의 전통적이고 고급인 A급 음식과 달리 역사가 오래되지 않으면서 가격이 저렴하고 맛이 있어 서민들이 일상적으로 찾는 음식이다. B급 음식을 즐기는 미식가라는 의미를 가진 용어인 B급 구루메는 일본 버블경제 시대인 1985년에 처음 등장하였다. A급 미식가가 프랑스 요리 같은 고가 음식을 즐겨 외식하는 사람이라면 B급 미식가는 저렴하고 일상적인 서민 음식을 즐겨 찾는 사람이다. 버블경제 시대에는 A급 미식가가 대세였다.

그러나 버블경제가 무너지면서 고가 외식문화가 타격을 받자 상대적으로 B급 구루메가 많은 사람에게 관심을 받게 되었다. 그리하여 2006년에는 아오모리현 소도시인 인구 23만명의 하치노헤시에서 제1회 B-1 그랑프리가 개최되었다. 이는 자동차 경주인 F-1에 비유한 것으로 매년 각 지방을 순회하면서 이틀 동안 B급 음식 대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1회 대회에는 10개 팀이 참가하여 경쟁하였으며 이를 즐기기 위해 1만7000명 넘는 관광객이 방문하였다. 그 후 시즈오카현, 후쿠오가현, 아키타현, 가나가와현, 효고현, 아이치현을 순회하면서 지금까지 8회가 개최되었다. B-1 그랑프리는 크게 성공하여 근년에는 참가팀이 60개 이상이며 방문객은 60만명을 넘어섰다. 개최 기간에 주민보다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므로 개최지는 성대한 축제 분위기가 된다. 매년 각 매스컴에서는 우승한 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하여 전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데 지금까지 가장 많이 우승한 음식은 5회 우승한 야키소바다. 이는 면에 각종 재료를 섞어서 볶은 것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우승한 음식은 그 소도시 명물로 인정받아 일부러 이를 먹기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B-1 그랑프리에서 일상적인 서민 음식을 통한 지역 알리기에 성공한 소도시는 그 결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성공 사례가 많이 나오면서 이제는 많은 소도시가 이 대회에 참가하고 우승하기 위해 노력한다. 일본에서 소도시 음식 마케팅은 점점 적극적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우리나라 도에 해당하는 현이 주체가 되어 도쿄 시내에 안테나 숍을 열어서 지역을 선전하고 특산물을 판매하였다. 현재 80개 넘는 안테나숍이 운영 중이며 그중 지역 음식을 제공하는 곳도 20곳이 넘는다.

그런데 여기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면에 해당하는 지역이 직접 도쿄 시내에 식당을 개업하는 것이다. 이들은 전문기업과 제휴하여 그 지방에서 생산된 신선한 농산물이나 해산물을 공급한다. 전문기업은 지역에서 생산된 식재료를 이용한 요리를 개발하고 직접 식당을 운영한다. 식당 이름에는 지역 이름을 붙인다. 이 식당을 찾는 고객은 처음에는 그 지역 출신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음식이 맛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점점 고객층이 다양해진다.

고객 중에는 그 지역 이름을 처음 들어 보는 사람도 있고 그곳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음식을 통해서 지역의 매력을 알게 된 고객은 후에 그곳으로 관광을 가거나 지역 특산물을 지속적으로 구입하게 된다. 우리나라 지방 소도시에도 매력적인 곳이 많이 있으며 그곳 주민들이 즐겨 먹는 B급 음식 중에는 경쟁력을 가진 것도 많이 있다. B급 음식은 손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 알리기와 지역경제 활성화의 단초가 된다. 그러나 가만히 앉아서 오는 손님만 기다릴 수는 없다. 보다 적극적으로 손님을 찾아 나서야 한다.

[윤태성 카이스트 기술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