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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윤태성 교수-형식을 중시하는 일본식 서비스

2014.09.17

By.관리자

[글로벌포커스] 형식을 중시하는 일본식 서비스

서비스의 경쟁력은 많은 기업이 원하는 능력이다. 서비스의 어원은 서번트인데 이는 노예를 뜻한다. 그래서 서비스를 말할 때 고객은 왕이라는 표현이 사용되기도 한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발상은 서비스의 경쟁력 향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며 오히려 서비스 제공자의 의욕을 저하시켜 서비스 발전의 저해 요소가 된다.

그러므로 서비스에서 먼저 실행해야 하는 것은 고객이 원하지 않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더 잘하는 것은 그다음이다. 이런 관점에서 일본식 서비스를 보면 형식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비스 형식은 표준화해 전 직원이 공유한다. 그리고 반복 연습을 통해서 몸으로 익힌다. 서비스에서 형식을 중시하면 적어도 두 가지 효과가 나타난다.


 

첫째, 정해진 형식대로 하면 모든 소비자에게 동일한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도쿄역은 하루 승차 인원만 40만명 이상이다. 지방에서 오거나 지방으로 가는 승객들의 교통편 연결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 야에스 출구에는 시외버스와 시내버스 정류장이 있다. 그러나 이렇게 붐비는 역인데도 버스정류장은 그다지 붐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버스승강장에는 탑승장마다 입간판에 기본 정보가 제공되며 승객이 줄을 서기 위한 위치가 바닥에 표시되어 있다. 버스가 정차하는 곳에도 바닥에 줄이 그어져 있으며 버스는 반드시 정해진 곳에 정차한다. 버스가 정차하는 곳과 승객이 기다리는 위치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형식으로 정해둔 것이다. 그러므로 승객은 짐을 들고 이곳저곳 우왕좌왕하지 않으며 승차 순서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승객이 가장 원하지 않는 것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형식을 표준화하고 이를 반복적으로 실행하면 마치 서비스를 기계화하거나 자동화한 듯한 효과가 나타난다. 그 결과 모든 고객은 동일한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어서 서비스에 신뢰감을 가지게 된다. 고객은 자신이 특별한 대우를 받는 것을 원하지만 자신이 차별적인 대우를 받는 것은 그 이상으로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서비스에 형식이 침투하면 고객에 대한 배려는 형식을 통해서 더욱 깊어진다. 고객에 대한 배려는 매우 중요하지만 서비스 제공자의 개인적인 특징에 의해서 배려의 범위나 깊이는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얼마나 어떻게 배려해야 하는지 일률적으로 정하기도 어렵다. 그러므로 일본식 서비스에서는 배려 이전에 형식을 중시한다.

서비스 형식 중에서 가장 기본은 인사다. 그래서 서비스업은 물론 제조업에서도 전 사원이 인사하는 교육을 받는다. 사원들이 고객을 정말 배려하든 고객에게 전혀 관심이 없든 상관이 없다. 형식을 정하면 그대로 따라 하라는 것이다. 인사할 때에는 고객과 먼저 눈을 맞추고 인사말을 한다. 인사말이 끝나면 허리를 숙여서 인사한다. 웃는 얼굴을 만들기 위해서 입에 젓가락을 물고 거울을 보면서 연습한다. 고객에게 방향을 안내할 때에는 팔을 뻗어서 방향을 가리킨다. 이런 형식이 침투해 일상화되면 고객에 대한 배려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고객이 대금을 지불할 동안 가방을 놓기 위한 선반을 계산대 앞에 설치한다. 화장실에는 우산걸이를 만든다. 서점에서는 가장 아랫단에 위치한 서고를 약간 경사지게 해서 선 자세로도 진열된 서적을 보기 쉽게 한다. 약을 먹으려는 고객에게는 미지근한 물을 대접한다.

고객을 진정 배려하려면 먼저 형식이 있어야 하며 그래야만 고객이 안심한다는 것이 일본식 서비스다.

[윤태성 카이스트 기술경영학과 교수]

<원본 출처>
http://news.mk.co.kr/column/view.php?sc=30500041&cm=_%BB%E7%BC%B3%A1%A4%C4%AE%B7%B3&year=2014&no=1199676&selFlag=&relatedcode=&wonNo=&s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