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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윤태성 교수-日자동차 메이커의 경쟁상대는 미래문화

2014.11.25

By.관리자

[글로벌포커스] 日자동차 메이커의 경쟁상대는 미래문화

일본은 2분기 연속으로 성장률이 감소해 모든 시장에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 시장 역시 지금까지와는 다른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일본은 경자동차 비율이 전체 자동차 보유 대수의 38% 이상인데 이는 경자동차 보유 대수가 100가구당 52대에 해당하는 수치다.


 

올해 상반기 일본 국내 시장에서 판매된 데이터를 보아도 상위 20개 차종 중에서 배기량 660㏄ 이하인 경자동차가 11개 차종을 차지하고 있다. 코스모석유 등 주유소 사업자가 지금까지 해오던 중고차 판매에 덧붙여 신차를 판매하고 있지만 전체 신차 판매량의 40%가 경자동차다.

그런데 데이터를 자세히 살펴보면 경자동차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차종만 팔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동차를 멋있게 보이기 위해서 별도의 옵션을 구입하는 고객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신차를 구입하면서 메이커가 제공하는 순정 내비게이션을 함께 구입하는 비율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그 대신 자동차부품 판매점에서 저렴한 제품을 구입하거나 아예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 작고 저렴하면서 효율이 높은 자동차를 선호하는 현상은 특히 소비세가 5%에서 8%로 증가한 4월 이후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근래에 일본 자동차 메이커에는 커다란 변화가 두 가지 있다.

첫째, 잠재 고객이 감소하고 있다. 과거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기 전에 자동차학원에 등록해서 2주일 정도 합숙하면서 운전면허증을 취득하는 게 상식이었다. 일본 정부가 공식으로 발행하는 개인 신분증명서가 없기 때문에 운전면허증은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하거나 취업할 때에 신분을 증명하는 유일한 공식 증명이었다. 그러나 2012년부터 각 지자체에서 주민표를 발급하기 시작하면서 운전면허증은 신분증으로서의 효과를 상실하고 있다. 주민표는 외국인 거주자에게도 발급된다. 그 결과 일단 운전면허증을 따고 보자는 수요가 크게 줄어들면서 자동차학원은 수강생 부족으로 인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운전면허증 취득은 자동차 구입의 첫걸음이다. 그런데 아예 첫걸음도 시작하지 않는 것이다.

이와 함께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노년층의 자동차 구입도 줄고 있다. 자동차 메이커로서는 신규 수요와 대체 수요가 함께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둘째, 자동차 문화가 변하고 있다. 과거 경제 성장기에는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하면 마이카를 구입해서 드라이브를 하는 것이 꿈이었다. 마이카에 연인이나 가족을 태우고 대형 쇼핑센터에서 쇼핑을 하고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것이 일반적인 휴일 풍경이었다.

그러나 장기간 경기가 침체하면서 젊은이들의 마이카에 대한 꿈이 사라지고 있다. 일본에서 차를 구입하고 유지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 우선 주차장 증명서가 없으면 자동차를 구입할 수 없다. 주차장은 도쿄 도심에선 매월 수십만 원이 든다. 이외에도 세금과 보험료가 필요하며,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도로 이용료 역시 매우 비싸다.

도쿄에서 자동차를 한 대 보유하려면 연간 수백만 원의 비용 지출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카셰어링이 점차 확산하고 있다. 주차장 사업자인 파크24는 일본 주차장 시장의 42%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데 자사가 보유한 주차장을 이용해 카셰어링 사업에 진출했다. 이 회사가 운영하는 카셰어링 사업은 회원 수가 작년보다 60% 증가해 42만명을 넘어섰다. 다른 사업자 역시 회원 수가 현저하게 늘어나고 있다.

일본 자동차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는 모든 메이커가 눈여겨보아야 한다. 자동차 메이커의 경쟁 상대는 타 메이커나 신차 경쟁이 아니며 환율도 아니다. 미래 문화와의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

[윤태성 카이스트 기술경영학과 교수]

<원본 출처>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4&no=1458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