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윤태성 교수-오픈 데이터로 지방경제 살리는 일본
2015.01.05
By.관리자
[글로벌포커스] 오픈 데이터로 지방경제 살리는 일본
세계 각국에서 오픈 데이터를 이용한 경제 활성화 논의가 뜨겁다. 오픈 데이터란 중앙정부, 지방정부, 공공기관, 공익사업자가 보유한 데이터를 일반에 공개하는 것인데 기업이나 개인은 이를 이용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한다.
그러므로 오픈 데이터는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데이터를 경제의 원료로 이용하려는 노력이다.
일본도 오픈 데이터를 이용한 경제 활성화에 거는 기대감이 크다. 그래서 2012년에 컨소시엄을 조직해 사회실험을 실시했다. 법인 174단체와 지방자치단체 19단체를 포함한 회원이 기술표준과 라이선스에 관한 연구와 함께 오픈 데이터에 관한 보급 및 계몽활동을 한 것이다. 이 활동을 통해서 오픈 데이터가 일본 경제의 원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올해 11월 컨소시엄을 발전적으로 해체하고 더욱 체계적이고 큰 규모의 추진기구를 발족했다. 총무성을 비롯한 정부부처가 지원하는 일반 사단법인 형태인데 특히 지방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도권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낙후한 지방에서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지방에 근거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지방에서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비즈니스는 대부분 규모가 작은 생계형이 되기 쉽다. 지방에서도 글로벌화를 지향하지 않으면 비즈니스는 오랫동안 지속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지방정부에서는 기업에 지원금을 제공하거나 각종 세제 혜택을 주었으나 이런 노력만으로는 지방경제 활성화에 한계가 있으며 글로벌 비즈니스를 만들기도 어렵다. 그래서 지방정부 역시 오픈 데이터에 크게 기대하고 있다. 지방정부를 포함한 공공기관에서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이 데이터를 활용해서 지식경제시대에 어울리는 비즈니스를 만든 사례는 드물었다. 만약 데이터라는 원료를 민간에 무료로 제공하고 기업이나 개인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면 지방정부로서는 추가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 경제 활성화를 실현하게 된다. 행정의 투명화라는 효과도 부수적으로 생긴다. 그러나 여기에 주의할 점이 있다. 데이터를 생산하고 제공하는 것은 지방정부의 역할이지만 이를 경제 활성화로 연결시키는 것은 어디까지나 기업과 개인이라는 점이다.
올해 도쿄메트로는 지하철 운행에 관한 데이터를 민간에 공개했다. 전 노선 전 차량의 데이터를 공개하고 이를 이용한 소프트웨어를 공모한 것이다. 그런데 300건 이상의 응모가 있었다. 이 숫자는 도쿄메트로 측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오픈 데이터를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에 관해서 데이터를 공개하는 측보다 민간 아이디어가 훨씬 많다는 의미다.
데이터를 제공하는 측에서는 비즈니스가 아니라 데이터의 기술표준, 데이터의 형식, 지속적인 추진을 위한 체계, 데이터의 2차 이용에 관한 규칙을 검토해야 한다. 오픈 데이터를 이용해서 비즈니스를 하려는 기업과 개인은 데이터에 문화와 문맥을 입혀야 한다. 오픈 데이터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동의 원료이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비즈니스가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일기예보 데이터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여기에 지역의 문화나 이용자의 문맥을 입히면 새로운 비즈니스가 된다.
일본의 오픈 데이터 추진 과정을 살펴보면 문제점도 보인다. 데이터는 많이 있으나 어떤 데이터를 공개하고 이를 어떻게 응용할 것인지가 불명확하다. 오픈 데이터를 지식경제의 원료로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이 부족하다. 정부가 데이터를 공개해도 기업이나 개인이 적극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오픈 데이터가 지식경제의 원료로 녹아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윤태성 카이스트 기술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