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이민화 교수 – 창조경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
2015.08.17
By.관리자
창조경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
지난 반세기 대한민국은 숨가쁘게 달려와 세계가 감탄한 ‘한강의 기적’을 이룩했다. 세계 최빈국에서 국민소득 3만달러를 바라보는 세계 10위권의 국가로 부상했다. 그러나 모든 성공은 실패의 아버지라고 했던가. 추격자 전략의 핵심가치인 대기업주의, 정부주도, 갑을문화, 실패회피는 이제는 국가 발전의 심각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핵심역량들이 핵심장애가 돼버린 것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이런 패러다임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성장과 고용의 한계에 도달한 한국 경제는 이제 추격자전략에서 ‘개척자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창조경제를 시작한 이유다.
대기업이 가진 규모의 효율에 벤처기업이 가진 와해적 혁신을 결합하는 개방혁신이 창조경제의 방향이다. 한국은 지금까지 대기업을 중심으로 더 싸게 더 빨리 따라 하는 효율로 승부해 왔다. 그런데 이제 대기업들은 혁신, 특히 와해적 혁신능력의 부족에 직면해 있다. ‘대기업의 효율과 벤처의 혁신의 선순환’이 창조경제의 양대 정책목표가 되는 이유다.
우선 창조경제 정책은 혁신을 주도할 벤처창업의 활성화로 시작된다. 벤처창업 활성화를 위해 현 정부는 많은 자원을 투입했다. 창업 경진대회, 창업 동아리,팁스(Tips) 등 각종 창업촉진 정책들이 나름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창업자 연대보증 해소’, ‘기업가정신 교육’, ‘공인인증서 규제 해소’, ‘벤처제도 개선’, ‘코스닥 분리’,’크라우드펀딩 허용’, ‘기술사업화 혁신’, ‘핀테크 도입’ 등 창조경제연구회의 활동도 소정의 역할을 했다. 벤처생태계 복원은 미흡하나 적어도 벤처창업은 질과 양 모두 괄목할만한 진전을 이루면서 창조경제의 1차 관문은 통과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창조경제의 2차 관문은 창업벤처들과 대기업의 장점이 결합하는 ‘상생형 M&A’다. 효율은 조직의 규모에 비례하고 혁신은 조직의 규모에 반비례한다는 ‘창조경제 패러독스’는 개방혁신의 이론적 근거다. 벤처의 혁신성이 대기업의 20배 이상이라는 연구결과는 GE, 구글, 페이스북, 애플, 알리바바 등 글로벌 기업들이 내부 혁신보다 M&A와 개방플랫폼 등 개방혁신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다시 입증된다.
M&A의 경우 한국은 IPO(코스닥 상장 등)의 4% 미만인데 비해 미국은 10배 규모다. 상생형 M&A는 ▷대기업에는 혁신을 ▷벤처에는 시장을 ▷벤처투자자들에게는 회수시장을 제공한다. 바로 상생형 M&A가 한국 산업생태계의 ‘잃어버린 연결고리(missing link)’다. 창조경제 2차 관문인 M&A활성화를 위한 M&A거래소가 절실한 이유다.
다음 관문들을 소개해 보자. 개방과 혁신이 선순환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게 공정거래다. 사람 빼가기, 사업 베끼기 등의 불공정 거래는 결국 대기업의 혁신을 좀 먹는다. 실리콘밸리는 공정거래 질서 하에 형성돼온 역사를 갖고 있다. 정부의 역할은 공정한 혁신 거래시장을 형성하는 것이다.
실패를 지원하는 문화가 혁신으로 가는 근본 인프라다. 사업에 실패하면 신용불량자가 되는 국가에서 청년들이 공무원시험에 몰입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실패를 지원하고 사전규제를 축소하는 사회적 문화가 창조경제의 바탕이다. 인재는 미래의 근간이다. 정답을 외우는 인재가 아니라 문제를 찾는 인재가 필요하다. 미래와 인문이 문제를 찾고 과학과 기술이 문제를 푸는 양면구조가 창조경제의 모습이다. 교육혁명이 이래서 절실하다.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국가과제를 정리해 보면 1.벤처창업의 활성화 2.상생형M&A의 활성화 3.혁신시장과 공정거래 4.실패지원 문화와 교육혁명으로 정리된다. 우리는 이제 간신히 첫번째 고개를 넘고 있다. 창조경제,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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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15-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