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윤태성 교수 – 재해대책에서 기회를 만드는 일본
2015.09.08
By.관리자
재해에 의한 인명과 재산 손실은 경제 발전에 커다란 위협 요인이다. 일본 기업은 지자체와 협력해 재해 발생 시 피해 복구, 평상시 위협에 대비한 대책을 만들면서 동시에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첫째, 재해 발생 시 대책과 기회다. 일단 재해가 발생하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72시간 이내 활동이 중요하다.
IT 기업인 후지쓰는 도호쿠대학과 산학협력을 통해 쓰나미 예측 기술을 개발했다. 지진이 발생하면 대개 1시간 후에 쓰나미가 해안에 도달한다. 후지쓰는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지진 발생 후 10분 내에 쓰나미 침수 지역과 높이를 예측한다.
소재 기업인 데이진은 방재 커튼을 개발했다. 화재가 발생하고 온도가 250도에 이르면 커튼에서 소화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에 초기 소화용으로 이용한다. 혹은 화재 현장에서 방재 커튼으로 몸을 감싸고 피난할 수 있다. 미쓰이화학에서는 폴리우레아수지를 이용한 방수 방식 소재를 개발했다. 이 소재를 건물 외벽이나 방파제에 사용하면 외부에서 강한 충격이 가해져도 형태를 유지할 수 있다.
다지마모터는 경주용 차량에 사용하는 가볍고 강한 섬유강화 플라스틱을 이용해 이동식 피난처를 개발했다. 20명 정도가 들어가는 박스인데 물에 뜨기 때문에 쓰나미나 홍수를 피할 수 있다. 지자체 중에는 쓰나미가 오면 피난하기 위해 수 m에 이르는 피난 타워를 설치한 곳도 많이 있다.
둘째, 피해 복구 대책과 기회다. 재해를 당한 지역에는 외부에서 인력과 물자 지원이 한꺼번에 무질서하게 들이닥친다. 외부 지원을 체계적으로 수용하기 위해 지자체들은 자신이 재해를 당했을 때 외부 지원을 받기 위한 대책을 마련한다. 이는 타 지역 피해 복구를 지원하기 위해 인력과 물자를 갹출하는 대책과는 다르다. 어느 지역이 피해를 보았을 때 복구를 위한 자원을 지원할 수 있는 곳은 멀리 떨어진 지역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멀리 떨어진 지자체들이 협력 대책을 마련한다. 예를 들어 도쿄 등 4현5시가 가입한 관동광역연합과 오사카 등 7현4시가 가입한 관서광역연합은 서로 협력하고 있다.
각 지자체는 지역 상황을 고려해 다양한 기업과 협정을 맺고 있다. 기업이 협력하기로 협정을 맺은 분야는 의료, 복지, 의약, 식료, 음료, 생필품, 구조, 장례, 가설주택, 귀가 지원, 수송 등 다양하다.
기업에서는 협정에 따라, 예를 들어 방재용 비품을 탑재한 택시를 운행하거나 혹은 재해구조 자판기를 운영한다. 이는 평상시에는 일반 자판기지만 재해 등으로 정전이 됐을 때는 비상전원으로 전환되며 지정된 시간 동안 미리 정한 수량만큼 상품을 무료로 제공한다. 기업과 협정을 맺은 지자체에서는 재해에 대비한 음료 보관 부담을 줄이는 등 실질적인 효과가 있다. 최근에는 재해구조 자판기에 모니터와 경보장치를 탑재해 긴급 지진 속보와 쓰나미 경보를 빛과 소리와 영상으로 알린다. 귀가가 곤란한 사람을 피난 장소까지 유도하는 장치로도 활용한다.
셋째, 평상시 대책과 기회다. 도쿄 중심부인 오테마치는 왕궁을 비롯해 대기업 본사 등 주요 시설이 많이 위치한 지역이다. 이 지역은 방재모델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지하철역에는 귀가가 곤란한 사람을 위해 평상시에 5000명분 비상식량과 담요 등을 비축해 일시적인 피난 장소로 활용한다. 각 기업에서는 사원을 위해 안전모를 비롯한 안전장비와 비상식량 등을 비축하고 있으며 평소에 안전훈련을 실시한다. 예를 들어 사원이 전국에 산재한 세븐일레븐에서는 매월 훈련을 실시한다. 전 사원이 본인 안전 여부와 피해 정도를 본사로 통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단축하기 위해서다. 재해는 기업에 위협이지만 동시에 기회도 제공한다.
[윤태성 카이스트 기술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