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즈] 권영선 교수 – ‘망 중립성 정책’ 시급하다
2015.09.15
By.관리자
인터넷의 생태계는 크게 보면 세 개의 주체로 구성되어 있다. 이용자(소비자)와 콘텐츠 사업자가 있고, 이용자와 콘텐츠 사업자를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해 주는 망 사업자가 있다. 카카오톡, 네이버, 온라인 게임, 인터넷 뱅킹 등의 콘텐츠 서비스 제공자는 통신사업자의 인터넷 망에 접속해야만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인터넷 생태계가 불과 20여년 사이에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네트워크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자유롭게 차별 없이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망 중립성 원칙이 존중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신기술이 발전하면서 인터넷 망사업자가 콘텐츠 사업자를 선별적으로 차별대우 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이를 허용할 것인지 여부가 망 중립성 정책의 핵심사항이 된 것이다.
만약 망 사업자가 특정 트래픽을 선별적으로 차단하거나 속도를 저하시킬 수 있다면 인터넷 생태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실제로 과거 우리 통신사업자는 일정 수준의 요금제 이하 이용자에 대해서는 무선 인터넷전화 이용을 차단했었고, 스마트TV에 대한 인터넷 접속을 차단한 적이 있었다. 망 사업자는 자신의 이윤극대화를 위해 비싼 접속료를 낸 사업자의 트래픽을 우선 전송하거나 빠르게 전송할 것이고, 자연히 인터넷 생태계는 망 사업자의 이윤극대화에 적합한 형태로 진화되어갈 것이며, 그 결과 인터넷 생태계의 다양성과 활력은 위축될 것이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는 금년 2월 망 사업자가 아니고 이용자가 콘텐츠 시장의 승자를 결정할 수 있어야 인터넷 생태계가 번창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망 사업자의 차별적 트래픽 처리를 제한하는 정책을 최종 발표했다.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기간통신서비스로 분류해 통신사업자의 불합리한 트래픽 차단금지, 속도저하 금지, 요금에 근거한 접속속도 차별화 금지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연방통신위원회는 초고속인터넷 산업이 여전히 동태적 발전과정에 있는 산업이기 때문에 그 활력이 지속될 수 있도록 규제를 최소화 하고자 노력했다. 즉, 망 중립성 규제는 강화하면서 동시에 기간통신사업자에게 적용되는 요금 및 회계 규제, 망 분리 등의 강한 규제는 배제해 인터넷 망의 동태적 발전을 위축시키지 않고자 했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망 중립성 정책은 어떤 상황인가. 우리 정부는 선언적인 망 중립성 정책을 지금까지 두 차례 발표했을 뿐이다. 문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선언적 규정으로서 동 지침을 위반했을 때, 행정지도 형태로 망 사업자의 행위를 통제해야 한다. 최근에 미래부가 KT와 다음카카오가 협력해 출시한 다음카카오팩이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통신사업자에게 유사 상품을 출시하지 말도록 행정지도 한 것이 좋은 사례이다. 그러나 행정지도는 망 사업자의 자발적 협력을 전제로 한 행정행위로서, 한계가 불분명해 남용의 여지가 있고, 우리나라 행정절차법 제48조에 따르면 행정지도를 통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부당한 요구를 할 수 없고, 행정지도에 따르지 않았다고 미래부가 통신사업자에게 불이익 조치를 내릴 수 없게 되어있다. 즉, 행정지도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망 중립성 기준을 법령에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위반시 벌칙규정을 구체화해 망 중립성 정책의 실효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초고속인터넷 서비스가 기간통신사업으로 구분되어 있어 망 사업자가 미국에서와 같이 강한 규제를 받고 있다고 하나, 이는 잘못된 주장이며 망 중립성정책이 법과 시행령에 규정되어 있지 않아 사실상 규제 공백상태로 보아야 타당하다. 미래부가 이제라도 단통법과 같은 불필요한 규제는 없애고 망 중립성과 같은 필요한 규제는 적극 추진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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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선 KAIST 기술경영학과 교수